"너 맘충 소리 듣고 싶어?"

물티슈, 휴지, 쓰레기봉투, 간이 의자, 식판... 외출할 때 반드시 챙기는 준비물입니다.

강아지 산책을 시키냐고요? 아닙니다. 3살짜리 제 아들과 다니기 위한 필수품이에요.

아니, 자주 나가지도 않죠. 사실 공공장소는 무서워서 갈 생각도 잘 못해요.

"너 맘충소리 듣고 싶어?" 아이가 아주 조금이라도 보채면 어김없이 듣게 되는 이 말 때문입니다.

"아니 그렇게까지 할 건 뭐야?" 가뭄에 콩 나듯 식당이라도 갈 때, 미친 듯이 청소를 하는 저를 보면서 친구가 건넨 말입니다.

가끔 아이가 작게라도 말을 하면 입을 틀어막아 버리는 제 모습을 생각하면 씁쓸하기도 해요. 더 억울한 건...

"아동 학대로 신고한다!" 아이가 폐를 끼칠까 조금 격하게 달랠 때 오지랖 넓은 행인에게 야단맞을 때도 있어요.

"그러게 애를 왜 데리고 나왔어." 정말 전 제가 뭘 잘못했길래 이런 소리를 들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겠어요... <이 기사는 익명을 요청한 한 아이어머니 A 씨와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기사입니다.>

맘충 : 엄마(mom) + 벌레 충(蟲) 수 년 전, 인터넷상에서 몰상식한 일부 엄마의 모습을 비하하는 단어로 '맘충'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SNS에 ‘맘충소리 들을까봐’, ‘맘충이 되지 않기 위해’ 등의 해시태그들이 수백 개 등장할 정도로 이 단어에 고통받는 어머니들이 늘어났습니다.

"' 맘충은 '그 행동을 한 사람' 개인의 문제입니다. 개인의 이기심을 전체 엄마의 일로 일반화시키는 오류입니다." - 이호선 숭실사이버대학교 교수 전문가뿐 아니라 일반 사람들까지 ‘맘충’이라는 단어의 폐해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일부 어머니의 잘못에 '맘충'이라는 비하 단어가 붙는 건 사회 전반적인 여성 혐오 현상에서 비롯된 일입니다." -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젠더거버넌스 안태윤 센터장 이 단어에는 심지어 여성 비하의 의미까지 담겨있습니다.

일부 엄마들의 잘못을 모든 엄마와 여성들의 잘못으로 확대하면서 여성에 대한 차별과 멸시를 은연중에 강조하고 있다는 겁니다.

“‘맘충’이란 단어는 엄마들의 자발적 배려를 유발하기보다는 비난 받지 말아야겠다는 방어적인 심리만 강화시켜 오히려 사회에 대한 두려움을 키운 것 같습니다.” - 이호선 숭실사이버대학교 교수

‘맘충’이라는 단어 때문에 대다수의 젊은 엄마들이 눈치 보면서 위축되는 상황에 내몰렸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왜 아이를 데리고 다닌다는 이유만으로 욕을 들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아이가 있다는 게 죄는 아니잖아요.” - 익명의 어머니 A 씨 단지, 아이와 함께 다닌다고 부당한 시선을 받아선 안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