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욱, 우욱, 욱!”
“어머, 우리 세라 임신했나 봐요.
세상에 어떻게 이렇게 경사스런 일이.”
“저랑 병원 다녀왔어요. 3주 정도 됐답니다.”
- SBS드라마 <언니는 살아있다>중
헛구역질 1∼2번,
물 한 방울 맺히지 않은
뽀송뽀송한 여주인공의 얼굴.
드라마 속에서 입덧은
늘 저렇게 표현되더군요.
“얼마나 X랄 맞은 녀석이 나오려고…”
오죽하면 저희 친정어머니는
제가 입덧으로 고생하는 걸 보며
욕이 뒤섞인 화를 내기도 하셨습니다.
둘째 임신 했을 때가 특히 심했어요.
냄새를 맡고,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오로지 ‘수제비’ 한 가지뿐이었는데…
그 외의 모든 음식 냄새에는
구토가 멈추질 않았거든요.
갑작스러운 구토 신호에
화장실로 달려가다 넘어져
정강이는 시퍼렇게 멍이 들었고,
탈수 증세에 링거까지 맞고 누워 있으니
저희 어머니가 화를 낼 만도 하셨죠.
물론 저는 매우 심한 편이었고,
‘임신오조’일 가능성이
높다고 하더군요.
“하루 3번 넘게 구토하거나
체중이 5% 이상 감소하는 경우
‘임신오조’라 합니다.
1% 정도의 빈도를 보이는데,
위험할 수 있어 치료가 필요하죠.”
-서유석/산부인과전문의
입덧의 고통을 점수로 매겼을 때
저처럼 심한 임산부가
10점 만점에 10점이라면,
보통 다른 임산부들은
5∼6점 정도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물론 5점이나 10점이나
고통스러운 건 마찬가지죠.
일상생활이 어려우니까요.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해
다니던 직장을
휴직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서유석/산부인과전문의
“입덧 증상으론
잘 알려진 구역과 구토 외에도
냄새에 민감해지는 후각 과민증,
침이 많이 나오는 유타증도 흔합니다.”
-서유석/산부인과전문의
“두통과 요통이 올 수도 있고
증상이 매우 다양해요.
사람마다
모두 같은 증상을 겪는 게 아니고,
매일 그 강도도 달라요”
-류지원/산부인과전문의
저처럼 출산 직전까지 입덧이 계속되는
(비운의)임산부도 꽤 있지만
임신 4∼6주쯤 시작해서
20주쯤에 그치는 게 보통입니다.
우리 때는 ‘언젠가 지나가겠지’
해탈하고 끝이었는데
요즘에는 썰도 많더라고요.
그런데 여전히
원인은 명확하지 않답니다.
“임신 초 태반을 만들기 위해
급격한 호르몬 변화가 시작되는데
이 때문에 입덧이 생기는 거라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류지원/산부인과전문의
“임신 초 독성 물질에 취약한
태아를 지키기 위한
방어기전이라는 견해는
과학적으로
명확한 근거가 없습니다.”
-서유석/산부인과전문의
몸의 변화를 오롯이
혼자 견뎌야 했던 10개월.
어려서, 아무것도 몰라서
그렇게 겪고 지나간 것 같아요.
심지어 10개월 동안 겪은 고통이
입덧이 전부가 아니었는데도 말이죠.
이 카드뉴스를 보신 분은
지금 당장 엄마한테 전화해서
‘엄마는 입덧 심했었어?’라고
한 번 물어봐 주세요.
갑자기 고맙고, 미안해질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