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쭈구리∼! 퇴근 안 시켜줘?
“어!!! 새끼 고양이다! 그런데 자꾸 우리 따라오는데?” 벌써 작년 2월이네요. 퇴근하고 집에 가는 길에 비를 맞았는지 꼬질꼬질한 새끼 고양이를 만났어요.
가까이 다가가도 도망가지 않고 계속 저희를 쫓아오더라고요. 그런데 고양이 배에 상처가 있었어요. 다른 고양이한테 공격받은 것 같았죠.
차마 그냥 보낼 수가 없어 일단 집으로 데리고 갔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치료만 해주고 다시 돌려보내려고 했는데... 다음날 문제가 발생했죠.
그 새끼 고양이를 집에 두고 출근하려니까 마음에 걸리더라고요. 자취를 해서 누가 봐줄 수도 없는 형편이거든요. 결국 저는 긴 고민 끝에 고양이를 안고 출근했습니다.
“아니, 무슨 고양이야?” 새끼 고양이를 안고 출근하자 회사 동료들 모두 어리둥절했죠. 자초지종을 설명했더니 다행히 동료들이 이해해줘서 며칠 동안 사무실에서 같이 지낼 수 있었어요.
기분이 좋은 날에는 직원들에게 먼저 다가가 애교를 부리며 쫓아다녀서 사무실 사람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어요. ‘쭈구리’라는 이름도 얻게 됐고요.
“얘 좀 봐라∼ 어쭈구리∼?” 이 고양이의 일과는 간단했어요. 잠, 잠, 잠. 새끼라서 그런지 잠만 자는 거예요. 사무실이 추웠는지 따뜻한 컴퓨터 본체 뒤로 가 배를 내놓고 발라당 누워서 자고...
처음엔 상처만 나으면 쭈구리를 보내주려고 했는데... 쭈구리는 원래 제 집인 양 편하게 굴더라고요. 그렇게 자연스레 우리 식구가 됐어요. 아니,,, 저희가 선택받은 거죠!
사실 저희 모두 고양이가 처음인 ‘초보 집사’라 웃길 일도 있었어요. 쭈구리가 그루밍 하는 걸 보고 어디 아픈 줄 알고 병원에 데려갔는데 의사 선생님이 대체 왜 오셨냐고 하시더라고요ㅎㅎㅎ
그 사건 이후로 직원들 모두 함께 열심히 공부해 고양이 박사가 됐죠. 쭈구리의 일과는 우리랑 똑같아요. 출근시간에 맞춰 사무실로 와 본격적인 일을 시작해요.
쭈구리의 일이 뭐냐고요? 문화회관을 휘젓고 다니며 직원들, 관객들에게 애교 부리는 거예요. 그리고 일을 마치면 캣타워가 있는 창고로 퇴근해요. 아, 퇴근시간은 기가 막히게 지켜요!
이렇게 성실한 쭈구리가 직책도 없는 게 마음 아프던 찰나, 쭈구리가 정식 직원으로 임명됐어요. 바로 ‘제천문화회관 마스코트’로요!
물론 아직 정식 임명장을 받진 않았지만 시청에서도 쭈구리를 알아요. 쭈구리로 인한 민원만 발생하지 않게 해달라는 당부만 받았어요. 다행히 아직까지는 민원은 없어요!
그래도 혹시 몰라 큰 공연이나 행사가 있는 날에는 쭈구리에게 휴가를 주고 있어요. 모두가 쭈구리를 좋아하지 않을 수 있잖아요!
몇몇 분들이 우리 문화회관 홈페이지에 쭈구리를 알리는 게 어떠냐고 말씀하시는데... 저희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행여나 우리 쭈구리가 유명해져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면 쭈구리가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으니까요. 저희는 쭈구리가 지금처럼 평범한 우리 동료로 남아주길 바라거든요! *이 기사는 최성호 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재구성된 1인칭 카드뉴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