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운 음식 먹고 화장실 가는 게 힐링?
기존의 매운 볶음 라면보다 최고 4배 매운 신제품이 출시됐다는 소문이 SNS에 퍼졌습니다.
"중국 향신료 성분이 들어가 조금 더 맵게 느껴질 수 있으나 기존 제품과 스코빌지수*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우종범/삼양식품 하지만, 더 맵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매운맛 지수)
사실 여부를 떠나서 네티즌들은 더 매운 볶음 라면이 출시됐다는 소문 자체에 환호했습니다.
이렇게 한국인들의 매운맛 사랑은 유별납니다.
“한국 사람들에게 매운 맛은 일종의 치료 요법” -CNN go, 2012년 7월 기사 중 세계적으로도 유명합니다. CNN은 이미 몇 해 전 먹기 힘든 매운 한국 음식을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전통음식은 맵지 않았습니다. 김치도 소금에만 절여 하얀 색이었고, 맛도 담백했습니다.
그런데, 조선 중기 일본에서 고추가 들어오면서 음식이 조금씩 매워지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일본에서 왔다고 하여 왜초*라고 부를 뿐이다. 그것(고추)은 그 맛이 독하고 매워 사람들이 이것을 먹고 장을 상할 위험이 많다.” -<성호사설>, 1760년/이익, 실학자 (*일본에서 온 고추라는 의미로 고추를 부르는 옛이름)
고추는 처음에는 거의 사용되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고추가 김치의 양념으로 쓰인 18세기 조선 사회에서 소금의 양이 부족했는가를 살필 필요가 있다. (중략)양념 김치로 변하면서 고추 양념은 소금 대용으로 적절한 구실을 했다.” -<음식인문학>중/주영하, 한국학대학원 교수
해방 이후 산업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본격적으로 매운 음식이 등장합니다. 1960년대 빨간 낙지볶음과 떡볶이가 등장해 대중의 입맛을 사로잡았습니다.
“매운 음식을 판매하는 음식점들이 본격적으로 음식점 골목을 이룬 시기가 1970년대이다. 무교동 낙지볶음 골목, 대구 동인동 매운 갈비찜 골목, 신당동 떡볶이 골목 등이 활성화되고 정착되었다.” -<고추, 그 매운맛에 대한 역사민속학적 시론>중/안정윤, 국립민속박물관 연구사
산업화와 함께 대중화되기 시작한 매운맛은 지금처럼 지독한 매운맛은 아니었습니다.
“한국사회가 선호하던 고추의 매운맛은 ‘얼큰하고 컬컬하며 시원한 맛’으로 넓은 층의 연령대가 선호하는 특징을 가진다.” -<고추, 그 매운맛에 대한 역사민속학적 시론>중/안정윤, 국립민속박물관 연구사
90년대 말 경제위기를 시작으로 경제침체가 지속되면서 매운맛은 더 강해졌습니다. 매운 음식은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2004년 갑자기 유행했던 불닭은 한국에서 새로운 매운맛을 전개했다.” -<음식인문학>중/주영하, 한국학대학원 교수
지금 매운 음식은 청양고추의 매운맛이 부족할 정도로 매워졌습니다. “고추는 거의 장식용입니다. 캡사이신을 안 넣으면 그 정도로 매운맛을 내기는 힘듭니다.” -전직 매운 짬뽕집 직원/SBS뉴스, 2012년
사회가 점점 발전하고 구성원들의 스트레스가 높아질수록 음식의 매운맛도 강해지는 경향을 볼 수 있습니다.
매운 음식을 너무 많이 먹으면 장염을 유발하거나 비만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그래도 불금이니까 매운 음식 적당히 먹고 스트레스 푸는 거,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