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알 먹는 마을
일본의 한 마을에서 만난 아이들이 신기한 듯 갖고 노는 장난감은 바로 눈알 동상이었습니다.
눈알 동상도 심상치 않았는데 이 마을엔 괴상한 게 더 많았습니다. 이 눈알 떡처럼 말이죠.
눈알 모양 가로등, 눈알 모양 택시, 여기저기 세워진 요괴 동상…
‘요괴 마을’로 불리는 이 마을은 일본 사카이미나토 시에 있습니다.
스브스뉴스 제작진이 이 마을의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 환경재단과 함께 찾아가 봤습니다.
“이렇게 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 미즈키 시게루 기념관 관장 도대체 왜 멀쩡한 마을이 이상한 요괴 마을이 됐는지 물었더니 돌아오는 대답이 심상치 않았습니다.
"원래 이 마을은 어업으로 잘 살았는데 점점 쇠락했어요. 1990년대는 정말 심각했죠.”
망해가던 시골 마을을 살리자는 작은 프로젝트 하나가 1992년에 시작됐습니다.
“아마 그분 도움이 아니었으면 이 마을은 지금 사라졌을지도 몰라요.”
이 지역 출신 만화가 미즈키 시게루의 작품에 나오는 요괴로 동상을 세우는 프로젝트였습니다.
욕심도 낼 만한 저작권료였지만 시게루는 고향을 살린다는 마음에 한 푼도 받지 않았습니다.
주민들도 힘을 보탰습니다. 개당 천만 원 짜리인 동상을 만들기 위해 모금을 진행했는데 무려 40개를 만들 수 있는 돈이 모였습니다.
이렇게 4년간 44억 원이 요괴 마을을 만드는 데 쓰였습니다.
절망 속에 시작했던 프로젝트는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죽어가던 마을을 찾는 사람이 점점 늘어났고, 인구 4만 명도 안 되는 이 마을에 지금은 매년 2백만 명이 찾아오고 있습니다.
"주민들이 함께 만든 마을이라는 게 인상적이에요. 한국에도 이런 마을이 많았으면 좋겠네요!" - 한국인 관광객 Y 씨 요괴 마을은 이제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지가 됐습니다.
죽어가는 시골 마을을 요괴 마을로 되살려 낸 건 단지 돈을 들여 만든 동상이 아니라 진정성이 담긴 작은 정성과 노력이었습니다. 기획 권영인, 김근아 인턴 / 그래픽 김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