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구 씹어먹은 일찐★짱
스산한 도봉구의 밤거리. 사람들이 바닥을 보며 무언가를 필사적으로 피합니다.
“이 동네 살면서 이렇게 공포스럽고 혐오스러운 건 처음 봐요.” - 이건희/제보자 도로나 건물, 가리지 않고 수없이 붙어있는 이들. 가까이 가볼까요?
어두운 고동색, 여러 개의 다리. 흡사 바퀴벌레와 비슷합니다. 크기도 작지 않습니다. 10Cm 정도입니다.
이 정체불명의 곤충은 바퀴벌레가 아니라 ‘하늘소’. 일명 ‘미끈이하늘소’로 불립니다. 7월 중순부터 도봉구의 밤거리를 점령했습니다.
“한 발짝 걸을 때마다 피해야 할 정도로 많아요.” - 주민1 “(하늘소가) 물었다니까요.” - 주민2 땅과 하늘을 뒤덮은 하늘소가 주민들은 달갑지 않습니다.
그런데! 도대체 왜, 갑자기, 뜬금없이, 하늘소는 도봉구 밤거리에 출몰한 걸까요?
“(도봉구 주변)숲에 참나무가 굉장히 많이 있어요.” - 장이권 교수/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최근 도봉구 일대에 서식하는 참나무들의 생장이 빨라졌고, 하늘소들이 그 수액을 먹기 위해 자연스럽게 모여들었습니다.
몇 년 새 계속된 이상 기온도 한몫했습니다. “폭염 때문에 약해진 참나무는 하늘소의 좋은 산란처입니다. 최근 2∼3년 동안 참나무에 낳았던 유충들이 성장하여 개체수가 올해 많아진 것으로 보입니다.” - 김기원 교수/기전대학 곤충사업과
개체수가 폭증한 하늘소들에게 ‘밤’은 짝짓기하는 중요한 시간입니다. 하지만 최근 날씨가 흐린 탓에 달빛을 따라 움직이는 하늘소에게 숲은 너무 어두웠습니다.
그래서 밤에 불빛이 밝은 도심으로 내려왔던 겁니다.
주민들에게는 괴롭고 긴 시간이지만 하늘소들에게는 너무나 짧은 시간입니다. “하늘소는 성충으로 사는 시간이 몇 주 정도입니다. 짝짓기를 하고 산란을 하면 다 죽어요. 그냥 두면 됩니다.” - 장이권 교수/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일시적인 현상입니다. 사람들에게 나쁜 영향을 끼치지 않으니 너무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 김기원 교수/기전대학 곤충산업과
도봉구의 여름 밤을 서늘하게 만든 하늘소의 방문. 만나서 반가웠지만 내년엔 집 앞보다는 숲에서 봤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