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파리니? 넌 들어올 필요 없단다
푹푹 찌는 더운 날이면 잘 익은 포도를 노리는 ‘그들’이 두려워진다.
행여나 들킬까 봐 창문과 방문을 닫고 재빨리 냉장고에서 꺼내 왔지만, 어느새 눈앞에 알짱거리는 ‘그들’의 정체.
‘초파리’다.
? ???? 대체 초파리는 어디서 오는 거란 말인가!!!!!
안녕∼ 난 초파리^^ 올여름도 내 덕분에 포도를 먹지 않는 사람이 많다면서?
[초파리 소환설] ◈ 자연발생설 : 자연의 섭리를 무시하고 스스로 태어난다. ◈ 공기둥둥설 : 공기 중에 알이 떠다니다가 태어난다. ◈ 웜홀이동설 :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가고 싶은 곳으로 이동한다. 게다가 날 둘러싼 소문까지 무성하던데…
그래 좋아. 지금부터 잘 봐. 내가 어디서 어떻게 등장하는지 조금 전 상황을 보면서 알려줄게!
먼저 첫 번째, 내가 주방에만 있을 거란 편견은 놉-! 난 그 방 안에 미리 잠복해 있었어. (모기와 파리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방 안 구석에 숨어 달달한 포도가 올 때까지 기다렸지.
두 번째, 냉장고에서 포도를 꺼낸 순간 넌 이미 미행을 당하고 있었어.
난 아주 작지만, 후각이 매우 예민해서 1km 밖에서도 냄새를 맡을 수 있어. 그래서 네 몸 어딘가에 붙어 있거나 잠깐 열린 문틈 사이로 들어온 거지.
‘식초(醋)를 좋아하는 파리’ 눈치챘겠지만, 나는 포도뿐만 아니라 발효된 모든 음식을 좋아해. 오죽하면 내 이름이 초파리일까ㅋㅋ
그런데 왜 하필 포도를 좋아 하냐고? 포도 껍질 표면에 내가 좋아하는 ‘포도당과 과당’이 듬뿍 묻어 있고, 포도 꼭지 주변에 내게 단백질이 돼주는 ‘이스트’가 있기 때문이야.
특히 포도는 노리기 쉬운 상대야. 포도송이는 여러 개의 포도 알이 모여 있잖아. 그중에서 하나라도 찢기거나 발효되면 우리 모두가 달려들어 맛나게 먹지. (찡긋★)
그렇게 배를 채우고 나면 그 자리에서 알을 낳고 번식하기도 좋아. 10일이면 내 새끼들이 성장하기 충분해서 대대손손 너희 주변에 24시간 상시 대기할 수 있어.
적어도 내 입은 스펀지 형태여서 너흴 물거나 해치지 않잖아∼ 그런데도 여전히 나 없이 ‘포도’가 먹고 싶어?
흥칫뿡. 집에선 어림도 없지. (실험실처럼 깨끗하게 살균되고 밀폐된 공간은 가능하겠지만 말이야…)
......에잇, 그래...! 맘 약한 내가 딱 한 번만 알려준다. 대신 이건 너랑 나만 아는 비밀이야! (쉿) (내가 포도에 날아갈 수 없게 ‘선풍기’를 켜고 먹어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