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요… 비에 지렁이 냄새 오지거든요…
“혹시 저랑 비슷한 사람 있어요?”
킁킁. 이 냄새가 너∼무 좋아요. 가볍고 청량한 느낌이에요. 이끼 낀 바위에서 날 법한 냄새, 아니 흙냄새 같기도 하고,
비 오면 창문 살짝 열어두고 베란다에 누워서 잠까지 자요. 비 냄새를 맡으면 마치 산림욕장에 있는 듯한 느낌이거든요.
그런데 인터넷에 이런 이야기가… 흠, 저는 지금까지 얘 똥 냄새 맡고 좋아한 건가요? - ‘비 냄새 덕후’ 대학생 서주희(24)
“똥이 아니에요ㅎㅎ. 비 올 때 나는 흙냄새는 흙 속 미생물이 내놓는 ‘지오스민’이라는 물질입니다.” - 강원대 생명과학과 권오길 명예교수
“사람 몸에서 땀 냄새가 나고 식물에서 풋풋한 냄새가 나듯 땅속 미생물도 냄새를 풍깁니다. 우리는 이걸 보통 흙냄새라고 부르죠.” - 강원대 생명과학과 권오길 명예교수
“그러면 그런 흙냄새는 항상 있는 건데, 왜 비가 와야 그 냄새, 아니 향기♥가 진동하는 거죠?”
“차가운 청국장보다 팔팔 끓이는 청국장이 냄새가 더 나죠? 수증기 때문이에요. 그거랑 똑같아요. 비가 오면 냄새를 품은 작은 물방울, ‘에어로졸’이 공기 중에 떠다니게 되죠.” - 숙명여대 기계시스템학부 정영수 교수
“빗방울이 지표면에 떨어지는 순간 빗방울과 지표면 사이에 작은 공기방울이 생기는데요. 그 공기방울이 터질 때! 미세한 물방울 ‘에어로졸’이 발생합니다.” - 숙명여대 기계시스템학부 정영수 교수
여름밤이나 이른 아침, 안개가 꼈을 때도 좋은 냄새가 나요∼ 흐음∼
“이때도 공기 중에 ‘에어로졸’이 많이 떠 있는 상태예요. 에어로졸에 녹아있는 냄새가 사람 후각으로 효과적으로 전달되는 거죠.” - 숙명여대 기계시스템학부 정영수 교수
“이 냄새를 집에서도 맡고 싶어서 화분에 분무기를 쏴 봤는데… 안되더군요.” “방법이 있지요.”
스텝1. 모래찰흙을 준비해서 넓은 화분에 넣으세요. 그리고 물을 한 번 충분히 뿌리세요. 스텝2. 그걸 따뜻한 햇볕 아래 충분히 말려주세요. 스텝3. 이제 마른 흙 표면 위에 물뿌리개로 물을 쫙 뿌리고 냄새를 맡으세요! 킁킁
이번 주말부터 장마가 시작됩니다. 지렁이 똥 냄새 절대 아니니까… 킁킁 모두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