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성폭행을 당한 것이 맞습니다."

17세기 이탈리아의 어느 재판장.

한 여자가 손가락에 고문 기구를 끼고 법정에 섰다.

자신이 성폭행을 당한 사실에 거짓이 없음을 증명하기 위한 것.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 바로크 시대 저명한 화가. 그의 나이는 당시 19세였다.

재판 전 해였던 1611년, 화가였던 아버지가 그림 작업을 위해 '타시'라는 남성을 불렀고,

젠틸레스키는 18살의 나이에 타시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만다.

"타시가 젠틸레스키를 칼로 위협했습니다." 타시의 친구가 범죄 사실을 증언하며 젠틸레스키의 결백이 인정되지만,

결과적으로 타시는 8개월 만의 징역으로 풀려나고 젠틸레스키는 부도덕하고 문란한 여인이라는 비난을 받게 된다.

젠틸레스키는 사회의 부당한 시선에 굴하지 않고 작품 활동을 이어갔다.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베는 유디트> 그의 대표작 속 여인의 모습을 보자.

성서에 나오는 미모의 유대인 과부 '유디트'가 적진에 들어가 적장을 유혹해 목을 베어 오는 장면.

동시대 다른 남성 화가들은 '유디트'를 성적이고 소극적으로 묘사한 데 비해

젠틸레스키는 적장을 누르는 하녀와 냉정하게 폭군의 목을 베는 장면을 부각시켜 유디트를 강인하고 주체적인 인물로 그려냈다.

당시로서는 신선하고 파격적인 해석이었지만 당시 주류였던 남성 화가들은 젠틸레스키의 그림을 인정하지 않았다.

젠틸레스키는 이후에도 작품 활동을 이어갔지만, 남성 화가들의 견제 탓에 어렵게 생계를 꾸리다 정확한 기록 없이 사라졌다.

"나는 여자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여줄 것입니다." - 작품을 주문한 고객에게 보낸 편지 中 충격적인 어린 날의 악몽에 갇히지 않고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여성의 모습을 담아냈던 젠틸레스키. 우리는 그를 알고 있었는가?

미씽 - 그 많던 여자는 다 어디로 갔을까? 네 번째 여자.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