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억원’이 녹고 있습니다.
“4만 군민 모두 한꺼번에 밥을 먹을 수 있습니다!!!” 자신 있게 가마솥 제작 이유를 설명하는 군수. 사람들은 긴가민가했지만…
“우리 군이 기네스북에 오를 수 있습니다!” 세계에서 제일 큰 가마솥이라는 말에 사람들은 혹했고…
“우와, 대박!!!” 결국 둘레 17.8m, 높이 2.2m, 쌀 4,000kg를 넣어 밥을 지을 수 있는 크기의 초대형 가마솥이 완성됐습니다.
“자 원없이 드십시오!” 사람들은 신나서 가마솥에 옹기종기 모였습니다. 그런데…
“죄다 탔잖아, 이거!” “으잉? 밥이 설익었어요.” 밑에는 숯덩이가 된 밥, 위에는 설익은 밥뿐이었습니다.
“그.. 그래도 괜찮아..! 세계에서 가장 큰 가마솥이니까 우리 기네스북에 등록하러 가자!” 군수는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기네스북 등록을 시도했습니다. 그런데…
“응∼ 더 큰 거 있어. 돌아가∼” 호주에는 이미 가마솥보다 큰 프라이팬이 있었습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요?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제작된 일러스트입니다.)
2003년 11월, 김문배 당시 괴산군수는 주민 화합을 도모하자는 취지로 초대형 가마솥 제작을 제안했습니다.
주철만 43.5t을 들여 만든 초대형 가마솥. 군은 세금 2억원 외에도 군민 성금 3억원을 더 모아 가마솥 제작에 사용했습니다.
천신만고 끝에 2005년 7월, 세계에서 가장 큰 (것이라 믿었던) 가마솥이 완성됐습니다.
하지만 만들어놓고 보니 호주에는 이미 지름 24m 크기의 프라이팬이 있었습니다.
결국 기네스북 등재에 실패한 가마솥. 팥죽을 끓이거나 옥수수를 삶는 등 다양한 쓰임새를 찾아봤지만
너무 큰 규모 탓에 위는 설익고 밑은 타는 일이 반복됐습니다. 결국 2007년 이후 아무도 이 가마솥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매년 500만원 가량의 혈세가 녹이 슨 부분에 기름칠을 하는 등의 관리비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가마솥의 쓰임새를 두고 논란이 일자 괴산군 측은 지난 5월, 가마솥의 운명을 결정할 주민투표를 실시했습니다.
주민투표 결과, 55%의 주민들이 가마솥을 전시홍보용으로 유지하자는 입장에 투표했습니다. 대신, 전시홍보 효과를 높이기 위해 가마솥에 한옥 기와를 씌우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한옥 기와로 관광객을 끌어 모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입니다.
누군가의 잘못된 판단이 만든 5억원짜리 값비싼 해프닝. 만든 이들은 이미 괴산을 떠났지만 남은 군민들의 고심은 이어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