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된 우리 애가 ‘병역 기피자’라니요"
어느 날, 정혜경 씨 집으로 우편물 한 통이 도착했습니다.
아들이 병역판정 검사* 대상자임을 알리는 병무청의 우편물이었습니다. * 2016년 이전 명칭: 신체검사
하지만 정혜경 씨의 아들 김하늘 군은 병역판정 검사를 받을 수 없습니다. 1997년, 하늘 군이 실종됐기 때문입니다. 엄마는 아들이 살아 있는지조차 알지 못합니다.
“(통지서가) 우편으로 왔길래 병무청에 전화했어요. 아이 잃어버린 지 10년이 넘었는데 어떻게 신체검사를 받냐고…” - 정혜경 씨 (장기 실종 김하늘 군 어머니)
“주민등록상에서 말소시키래요. 말소를 안 시키면 어떻게 되냐고 물으니 이 아이가 평생 도피자(병역 기피자)가 된다고 하는 거예요.” - 정혜경 씨 (장기 실종 김하늘 군 어머니) 한 달 동안 사정을 얘기했지만 병무청에서 돌아온 답변은 너무나도 간단했습니다.
하늘 군이 돌아올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버티고 버티던 어머니는 결국 자신의 손으로 아들의 주민등록을 말소시켰습니다. 아들을 병역기피자로 만들 수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내가 이 아이를 (주민등록등본에서) 빼고 살아간다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죽기보다도….” - 정혜경 씨 (장기 실종 김하늘 군 어머니) ‘주민등록 말소’는 부모 가슴에 두 번 못을 박는 일입니다. 아이가 다신 돌아올 수 없을 거라는 ‘사망 선고’와도 같습니다.
“어느 부모가 자식 잃어버리고 찾지도 못했는데 (중략) 어떻게 금방 가서 말소를 시키냐고요.” - 정혜경 씨 (장기 실종 김하늘 군 어머니)
하지만, 장기 실종 아동은 주민등록을 말소하지 않아도 병역기피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사실 말소할 의무도 없습니다.
“거주불명 등록을 하면 주민등록번호는 살아 있고 (병무청에서 통지서가 오지 않는 거죠)…” - 김형준 (변호사) 주민센터에 가서 거주불명 등록을 하면 됩니다. 그럼, 병무청이 ‘병역 의무 이행일’을 연기해 줄 수 있습니다.
“실종 신고는 됐지만 주민등록은 살아 있잖아요. 그래서 통지서는 나가게 되죠.” (실종자라고 말하면) 가족에게 주민등록 말소 신고를 하라고 안내합니다.” - 병무청 관계자 그런데도 병무청은 주민등록 말소를 권고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실종자 부모님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더 헤아렸더라면, 실종된 자녀들이 등본에서 지워지고 부모님들도 두 번 상처받는 일이 없지 않았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