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을 사랑하는 만큼 수화를 사랑해요.”
“사람이면 당연히 말을 해야지.” 청각장애인이신 저희 부모님이 매번 들으셔야 했던 말.
숱한 비아냥 속에서 살아야 했던 어머니, 그리고 아버지. 저는 그분들의 하나밖에 없는 아들 윤민혁(25)입니다.
청각장애인이신 부모님 밑에서 자연스럽게 수화를 접했습니다.
“문장 하나 제대로 못 만들고…” 하지만 사람들의 시선은 차가웠습니다. 청각장애를 발달장애로 오해하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장애인들과 함께 인식을 바꿔보자!” 부모님, 그리고 세상의 모든 장애인들. 그들에 대한 세상의 시선을 바꾸고 싶어 수화통역사를 꿈꾸게 됐습니다.
교수님 옆에서 수화통역사가 수업 내용을 수화로 전달해주는 대구대학교. 청각장애인들에게 동등한 교육 기회를 제공한다고 판단해 대구대 산업복지학과 진학을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졸업 후, 제가 교수님 옆에서 수업내용을 전달하는 수화통역사가 됐습니다. - 윤민혁 씨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1인칭 기사
“청각장애인들도 축제를 함께 즐겨야 하지 않을까?” 2000년부터 대구대가 청각장애학생들을 위해 도입한 무대 수화통역사 도우미.
민혁씨도 수화도우미로서 2017년 대구대 축제에 지코와 함께 무대에 섰습니다.
그는 무대 위에서 지코 뺨치는 스웩으로 가사를 생동감 있게 전달해 큰 화제를 일으켰습니다.
“비유적인 표현이 많은 가사를 일일이 해석해서 전달해야 해요. 예를 들어 지코의 ‘Tough Cookie’ 가사 중, ‘잘못 씹다간 이빨 다 나갈 수 있어.’를 ‘험담하다간 당하게 될 거야.’ 로 바꾸는 거죠.”
“음정, 박자, 감정을 최대한 살려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노래를 수백 번 듣고 연습하죠.” 노래 가사와 감정을 수화로 전달하는 일은 어릴 때부터 수화를 접했던 민혁씨에게도 고된 작업입니다.
“청각장애학생들의 즐거운 표정만 봐도 몇 달간 준비하며 받은 스트레스가 다 풀려요!” 하지만 그는 하루하루 행복하기만 합니다. 차별 받는 부모님을 보며 꾸던 꿈을 이루었기 때문입니다.
“수화는 제게 부모님을 사랑하는 마음이에요. 부모님을 만나서 수화의 가치를 알았고 또 그 소중함을 알고 사랑할 수 있었어요. 부모님을 사랑하는 만큼 수화를 사랑해요.”
민혁씨는 오늘도 차별 없는 세상에 한걸음 가까워지기 위해 교수님 옆에서 열심히 수화를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