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서울에 있는 어느 노인요양원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새벽에 한 노인이 짜증을 내며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러자 요양보호사는 노인을 강제로 묶었습니다.
요양보호사는 묶는 데 그치지 않았습니다. 노인의 얼굴에 물을 뿌리고, 뺨을 때렸습니다.
이런 식의 노인 학대는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만 노인학대로 사법기관 등에서 판정받은 건수만 4천 2백 건이었습니다. 지난해보다 12.1%나 증가했습니다.
노인 학대는 주로 이런 시설에서 이뤄지는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어느 노인보호센터에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50대 중반의 아들이 80대 아버지를 때렸다는 겁니다. 그것도 각목으로 때렸다는 신고였습니다.
아들은 어린 시절 가정 폭력에 시달렸습니다. 80대 아버지는 아들의 처벌은 원치 않았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기준으로 노인학대 사건의 10건 중 약 9건이 가정에서 일어났습니다.
특히, 배우자의 학대가 절반을 차지했습니다. 학대 받은 노인도, 가해자인 배우자도 노인입니다. 고령화가 노인 학대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 받는 이유입니다.
자녀나 사회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노인이 배우자를 정서적으로 학대하거나, 제대로 치료도 해주지 않고 있는 겁니다.
결국, 노인 학대는 부양의 문제와 연결되고, 이는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 사회적 문제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치매를 국가적 차원에서 대응하는 것처럼 정부 차원의 노인 복지가 확립된다면 학대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을 겁니다." - 정미정 (서울남부노인보호센터 사무국장)
전문가들은 통계에 잡히지 않은 노인 학대가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2014년 조사에 따르면 학대를 경험했다고 응답한 노인은 9.9%예요. 하지만 노인보호전문기관에 신고된 비율은 1%가 되지 않았어요. 특히 학대가 가정에서 발생한 경우 고발을 원하지 않는 노인이 많아요." - 정미정 (서울남부노인보호센터 사무국장)
오늘은 제 1회 노인학대예방의 날입니다. 이런 기념일이 만들어졌다는 현실이 씁쓸하기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