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도 못 버려!!
“너 대체 왜 이걸 안 버리고 있냐?”
권수연 씨가 어머니에게 가끔 듣는 이야기입니다. 그녀의 책상 서랍 하나에는 20년 넘게 모은 지우개가 가득합니다.
“지우개들을 보면 떠오르는 기억이 있어요. 초등학교 1학년 때 선생님에게 받은 지우개가 가장 소중해요. 그때 만지고 좋아했던 그 감정이 떠올라요. 이게 없어지면 추억이 사라지는 것과 마찬가지거든요.” -권수연 씨
그녀가 지우개를 버리지 않는 이유는 지우개마다 나름의 ‘의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녀처럼 누구에게나 추억을 회상하게 하는 물건이 하나쯤은 있습니다. 그게 아무리 사소한 물건이라도 말이죠.
“항상 모아 놓은 펜들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지거든요. 내가 놀진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김진우 씨 10년 넘게 모은 학창시절 쓰던 필기구를 보면서 만족스러워하기도 하고,
“디저트 박스들을 보면 먹었던 순간들이 떠오르고 좋은 기억이 더 오래 남는 것 같아요. 우리가 특정 음악을 들으면 그 때 추억이 되살아나는 것처럼요.” -박은진 씨
“근데 가끔 사람들이 저장 강박이 있는 게 아니냐고 물어봐요.” - 권수연 씨 하지만, 이렇게 잘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은 말 못 할 고민도 있습니다.
그래서 스브스뉴스가 정확한 진단을 위해 전문가를 만났습니다.
선생님, 이렇게 못 버리고 모은 건 병인가요? 그건 오히려 좋은 취미 활동이라고 볼 수 있어요. 본인이 보면서 즐거움을 얻고, 추억할 수 있는 것이면 정신건강에 좋은 거랍니다.
그럼 저장 강박증은 뭔가요? 저장 강박증은 자신이 불합리하다는 걸 알면서도 필요 없는 물건들을 버리지 못하고 계속 저장해두는 증세예요.
그리고 모으는 데만 집착하며 다른데 서는 즐거움을 얻지 못하고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기면 병적인 증세라고 볼 수 있어요.
하지만 자신이 통제할 수 있고 추억할 수 있는 물건을 모은다는 것은 정신건강에 좋은 거랍니다.
그러면 딱히 아무 의미도 없고, 오래 돼서 버려도 되는데 귀찮아서 안 버리는 건 뭘까요? 하하, 귀찮아서 안 버리는 건 게으른 겁니다.
여러분도 엄마의 잔소리를 들으면서도 사수해야 할 물건은 있으신가요? 그건 그만큼 행복한 추억이 있다는 반증일 겁니다. (혹시 귀찮아서 버리지 않는 거라면 당신은 저처럼 게으른 사람∼) 기획 최재영, 김근아 인턴 / 그래픽 김태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