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굴맨을 믿지마세요
안녕∼ 나 너굴맨! 요즘 랜선 마을에 내가 그렇게 자주 등장한다지?
사람들이 그렇게 나를 부르더라. 처리해주느라 바빴어.
날 귀여워하는 인간들이 많더군. 민망스럽고… 한편으론 흐뭇하고. 그런데 당신들이 잘 모르는 게 있어. 난 ‘너굴맨’이 아냐!
라쿤맨이지. “라쿤입니다. 얼굴 모양이나 눈 줄무늬가 비슷해 사람들이 혼동하기 쉬운데요, 전체적인 외형을 보면 다릅니다.” - 라쿤 사육사 나원흠
“라쿤은 몸길이가 70∼80cm 정도인데 너구리는 그것보다 20cm 정도 작습니다. 라쿤 꼬리는 얇고 긴 편인데 너구리는 뭉툭하고 짧은 편이죠.” - 라쿤 사육사 나원흠
“무엇보다 라쿤은 발을 손처럼 사용해요. 발가락 사이가 넓고 주름이 잘 잡혀 있죠. 너구리는 발도 작고 주름도 없어요.” - 라쿤 사육사 나원흠
이렇게 내가 관심받을 줄 상상도 못 했어. 미국, 캐나다에서 나는 ‘한국 비둘기’ 취급을 받거든. 날 보고 유해동물(pest)이래. 흠…
2014년 미국 질병관리본부는 내가 광견병을 가장 많이 옮기는 야생동물이라고 밝혔어. 이웃 나라 캐나다 토론토는 라쿤과의 전쟁을 선포했지. 광견병을 옮기고 가정집에 침투한다고 나를 퇴치하겠대.
난 도시를 활개 치고 다녀. 쓰레기통도 뒤지고, 차 위에도 올라가지.
얼마 전엔 하수구 탐험을 하다가 죽을뻔했지 뭐야.
“라쿤은 호기심이 많아요. 또 사람이 사는 곳에 같이 살다 보니 가정집에 들어가 버린 음식을 훔치기도 하죠. 영리한 동물입니다.” 라쿤 사육사 나원흠
뉴욕시티에는 1km²당 100마리가 산대. 토론토도 비슷하다고 하고. 도시에 우리가 많이 사는 게 우리 탓은 아냐.
“건물, 도로건설로 라쿤 서식지가 파괴된 게 도시라쿤 급증의 이유입니다. 음식과 피신처만 있으면 얘들은 어디서나 적응해 살거든요.” - 길 불룸, 뉴욕 스탠더드 해충관리회사 (뉴욕포스트 2016. 02. 21)
어때, 이제 나에 대해 좀 알겠어? 언제든 이 너굴ㅁ… 아니 라쿤맨을 불러달라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