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하는 남자가 있습니다.
그는 매일 화장합니다.
화장하는 남자가 운영하는 가게 앞에는
매일 손님들이 길게 줄을 서 있습니다.
1시간 넘게 기다리는 건 기본입니다.
1시간 넘게 기다려
화장하는 남자를 만나 살 수 있는 건
화장용 브러시입니다.
“화장용 브러시 설명도 해주시고,
어떤 화장품에 맞는 건지도 알려주시고,
피부 타입에도 맞춰서
설명해 주시기 때문에 기다려요.”
？단골손님
“붓 끄트머리로 파운데이션을 펼치고
누르면 안 돼요. 두들겨 주는 거예요.
모공을 채워 주는 역할을 하는 거예요.”
- 안해원 씨
그는 손님 손에 직접 발라가며
브러시 사용법을 설명합니다.
“붓을 이렇게 세워요. 붓을 세워서
1/3 정도만 쓴다고 생각하고 써보세요.”
- 안해원 씨
브러시를 사용하면서 생기는
가장 큰 고민인 브러시 결 자국도
그의 설명만 들으면 말끔히 해결됩니다.
이런 브러시 사용법은
그가 매일 화장을 하면서
생긴 노하우들입니다.
“설명을 해주려면
제가 처음부터 끝까지 다 써봐야
알 거 아니에요∼”
-안해원 씨
한때 그는 안 사장으로 불렸습니다.
그는 화장용 브러시를 수출하는
사업체를 운영했습니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로 부도가 났습니다.
유일하게 남은 건
재고로 남아 있던 화장품 브러시였습니다.
그는 그 브러시를 들고
거리로 나갔습니다.
거리에 자판을 깔고 팔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브러시를 그냥 팔지 않았습니다.
최대한 아는 대로 친절하게 설명했습니다.
그의 노력은 손님들의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입소문을 탄 그는
SNS에서‘서쪽 현자(서현역 현자)’라는
별명까지 생겼습니다.
그는 지난 2월,
거리가 아닌 자신의 가게에서
브러시를 팔게 됐습니다.
오늘도 그의 가게 앞에는
화장하는 남자를 만나기 위해
손님들이 줄을 설 겁니다.
그는 그 손님들을
지금처럼 정성을 다해 대할 겁니다.
그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은
바로 ‘진정성’에 있습니다.
기획 최재영, 김근아 인턴 / 디자인 조상인 인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