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건물이 도시다
주민 대다수가 ‘한 건물’에 사는 도시가 있다고???
그곳은 저 멀리 미국 알래스카주에 있는 작은 도시 휘티어(Whittier)입니다. 그런데, 정말 건물 하나가 도시일까? 휘티어 시민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70억 지구인 중 단 200명 정도에 불과한 휘티어 시민을 찾기는 참… 쉽지 않았는데요. SNS ‘폭풍 검색질’을 하다보니 기적적으로 한 소녀를 만났습니다.
저기, 혹시 휘티어 그 건물에 사세요? 네, 맞아요. 와 우리 동네에 관심을 가져주시다니, 정말 반갑네요! 8년째 휘티어 시에 사는 15살 미케일라 메데즈입니다.
네! 제가 사는 곳은 미국 알래스카주에 있는 산과 바다로 둘러싸인 외딴 도시예요. 제가 사는 건물인 베기지 타워(Begich Towers) 는 좀 독특하죠. ㅎㅎㅎ
휘티어 시 인구는 220명 정도인데요, 그중 75% 정도가 바로 이 건물에 산답니다. 거의 대부분이죠. 그래서 사람들은 이 건물을 ‘도시’라고 불러요.
우리는 차 대신 엘리베이터를 타요. 관공서, 호텔, 병원 등 어디든 버튼만 누르면 도착하죠.
학교가 건물에 붙어 있으니 선생님도 우리 아파트에 사시는데요, 지나가다가 마주치면 살짝 긴장되는 그런 거 다 아시죠?
하지만 모르는 게 있을 때 고민할 필요가 없어서 좋아요. 엘리베이터를 타고 몇 층만 올라가면 선생님 집이에요.
선생님은 언제든 두 팔 벌려 따뜻하게 환영해 주세요. 직접 만든 디저트를 들고 선생님을 찾아가면 그날 저녁은 ‘파뤼타임’∼
사실 안 좋은 점도 있어요. 워낙 한 건물에서 가족같이 살다보니 우리 도시엔 비밀이란 없거든요.
“‘강요된 사회화’라고 할까요. 집에서 나갈 때 항상 옷을 차려입어야 한다면 좀 지나치잖아요.” - 브렌다 톨먼 (CNN, 2015. 07.02) 그래서 이 건물에서 나가는 사람도 있답니다.
우리 아파트는 냉전 시대에 지어진 군사시설이었대요. 1960년대 군인이 떠나면서 시민이 들어온 거죠.
군사시설이었던 도시답게 우리 동네에서 밖으로 통하는 길은 단 하나뿐이에요. 이 터널인데요.
30분에 한 번씩만 열려요. 시간을 잘못 맞추면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죠. 밤에는 문을 닫아버려서 밖으로 나갈 수도 없답니다.
이렇게 조금 불편한 점도 있지만, 모두가 이런 어려움을 함께 나누다 보니 우리는 더 끈끈하고 서로를 아껴요.
저는 가수가 꿈인데요, 어른이 되면 이곳을 잠시 떠나겠지만 은퇴하면 꼭 돌아올 거예요. 전 이 도시를 정말 사랑하거든요. 누군가에게 휘티어(Whittier) 는 독특한 도시지만, 그 곳 시민들에게는 그저 따뜻한 보금자리였습니다. <이 기사는 미케일라 메디즈 님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1인칭 뉴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