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원조 육아대디입니다.
"집에 있으면서 집 하나 깨끗하게 못 해?" 경기도 고양시의 한 가정집, 현관문에서부터 앙칼진 목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집에 있는 사람은 아무것도 안 하고 노는 줄만 알아?" 그런데 이에 맞서 답하는 목소리가 조금 특이합니다. 주인공은 바로 머리가 희끗희끗한 중년 남성, 14년 차 주부 이승배 씨입니다.
"집안일 하는 사람들이 노는 줄 알잖아요. 그런데 집안일은 정말 끝이 없어요. 주부들에게 노동 시간과 휴식 시간의 구분이 없는 게 문제에요." - 이승배 씨 주부의 마음을 완전히 이해하는 그도 사실 처음부터 주부는 아니었습니다.
그 역시 대한민국의 평범한 남성 중 한 명이었습니다. 서울대를 졸업하고 10년 동안 출판사를 운영했습니다.
"이제 집안일은 내가 책임질게. 당신은 당신 하는 일에 집중해." 하지만 부인이 정치에 입문하면서 스스로 주부가 되기를 택했습니다. 아내가 좋은 정치인이 되도록 힘을 실어주고 싶어서였습니다.
이승배 씨는 가사 노동과 양육은 물론이고 아내의 운전기사와 비서까지 소화했습니다. 프로 주부는 물론이고 아내 외조의 달인이 된 겁니다.
"집에만 있기 좀 그렇지 않아?" 물론 경기고, 서울대 출신의 엘리트인 그가 집에서 살림하는 것에 대해 주변의 시선이 좋지만은 않았습니다.
"학벌 좋은 사람이 가정주부를 하는 것, 그게 뭐 문제가 있다는 겁니까." - 이승배 씨 그럴 때마다 이승배 씨는 우리 사회가 가사노동의 가치를 알지 못하는 데 대해 안타까워했습니다.
"`맘충`이라고 가정주부를 비하하는 단어가 있더라고요. 아직까지고 우리 사회에서는 가사 노동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아주 형편없는 것 같아요. 사실은 집안을 지탱하는 가장 핵심적인 일이잖아요." - 이승배 씨
"주부 중 우울증에 걸리신 분들이 많더라고요. 주부들이 `나`를 잃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 이승배 씨 그는 주부가 누구의 부인, 누구의 엄마가 아닌 한 인간으로 인정받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최근 우리나라 최초의 `퍼스트 젠틀맨 후보'에 오른 프로 가정주부 이승배 씨에겐 꿈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대선 후보의 남편이 주부인 게 화제가 되지 않는 사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