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경거리 된 거대인간
한 남자가 경기장에 들어서자 관중석이 웅성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슛! 슛!!” 남자가 공을 잡을 때마다 관중들은 환호했습니다. 그의 키는 231cm. NBA 역사상 가장 큰 선수였습니다.
1985년 NBA에 데뷔한 마누트 볼. 그는 등장부터 큰 키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에겐 전혀 특별한 게 아니었습니다.
“어머니는 208cm, 여동생은 203cm. 할아버지는 저보다 컸어요. 239cm요.” - 마누트 볼 그는 남수단 딩카 닐로트 족입니다. 가족들 사이에서 마누트 볼은 평범했습니다.
부모가 물려준 큰 키와 긴 팔다리 덕에 그는 좋은 성적을 냈습니다. 톱스타가 됐고, 연봉도 그만큼 높았습니다. 그런데,
“마누트 볼을 도웁시다. 병원비를 못 내 파산할 위깁니다…!” 은퇴한 그는 교통사고 병원비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어렵게 살았습니다.
은퇴하고 고향 수단에 돌아간 그의 삶도 풍족함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초라한 셋집에서 가난하게 살았습니다.
수십 년간 내전이 이어진 조국에서 죽어가던 사람들을 위해 모아둔 돈을 아끼지 않고 내놓았기 때문입니다.
“후회하지 않아요. 과거로 돌아간대도 전 힘겹게 살아가는 동포들을 위해 제 돈을 쓸 겁니다.” - 마누트 볼 그만큼 조국을 사랑했습니다.
하지만 수단으로 돌아간 지 6년 만에 그는 다시 미국으로 탈출해야 했습니다. 정부가 종교를 이유로 그를 탄압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그는 조국을 잊지 않았습니다. 미국에서도 자선단체를 세워 수단인을 돕기 위해 모금했습니다.
조국에 있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스스로 ‘구경거리’가 되기도 했습니다. 모금을 위해서라면 복싱, 아이스하키, 승마를 비롯해 자선 경기는 가리지 않고 나갔습니다.
조국을 위해 고군분투하던 그는 48살의 젊은 나이에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토록 사랑한 수단에 묻히면서 고단했던 인생은 막을 내렸습니다.
“괴물이 나타났다.” “고등 농구를 점령했다.” “고등 농구를 점령했다.” 그런데 최근, 그를 꼭 빼닮은 17세 소년이 경기장에 등장했습니다.
볼 볼(Bol Bol). 마누트 볼의 아들입니다. 그는 아버지에게 받은 훤칠한 팔다리로 농구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습니다.
“프로농구 선수가 돼 돈을 벌면 저도 아버지처럼 조국을 도울 겁니다.” -볼 볼 (블리처리포트 2015.03.04) 그에게서 마누트 볼의 모습이 보입니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소중한 꿈을 남기고 떠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