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토론회에서 1인 5역 맡은 사람
어제 대통령 선거 후보자 토론회 모습입니다. 그런데 토론을 앞둔 다섯 명의 후보자보다 더 긴장한 한 사람.
다섯 명의 후보자의 입이 열리자 바삐 손을 움직이는 수화통역사입니다. 네모난 화면 귀퉁이의 작은 원 안에만 있지만 장애인에겐 후보와 이어주는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창구입니다.
그런데 다섯 명이 함께 말하자 통역사가 당황합니다. 손은 단 두 개뿐인데 다섯 명이 하는 말을 한꺼번에 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누가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 제대로 전한다는 게 물리적으로 어려운 상황.
손은 계속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물 마실 시간도, 땀 닦을 시간도 부족해 계속 쩔쩔매야 했습니다.
이렇게 다섯 명의 후보자들이 하는 말을 단 한 사람이 통역하느라 생방송 2시간 내내 숨 돌릴 틈도 없었습니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미국은 사회자, 후보자 한명 한명마다 수화통역사가 있습니다.
그리고 후보자가 하는 말이 곧바로 자막으로 나옵니다. 청각장애인도 비장애인처럼 후보의 말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각 후보자마다 통역사가 있는 게 제일 좋겠죠. 적어도 두명만 있어도 말도 더 쉽게 전달되고, 통역사에게 여유도 생길 거예요.” -신명선 님 (서울농아인협회 영등포구수화통역센터)
청각장애인들은 유세 현장에서도 연설을 듣지 못합니다. 수화통역사가 배치되기도 하지만 없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후보들의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지원 서비스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대선을 앞두고 선거운동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장애인의 소중한 한 표를 진정 장애인의 입장에서 생각해주는 이들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기획 하대석, 정혜윤 / 그래픽 김태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