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약속 지켰어요.보고 계신가요?
달리고?달렸습니다. 3시간을 달렸습니다. 앞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힘들어 고개가 숙여졌습니다.
그때마다 아버지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이 마라톤은 아버지와의 마지막 약속이었기 때문입니다.
아버지는 2016년 11월, ‘재생 불량성 빈혈’ 진단을 받고 입원했습니다.
다행히 아버지와 제 골수가 일치했습니다. 가족 모두 수술만 받으면 곧 완치될 거라고 믿었습니다.
“고생했어, 아들. 고마워.” 아버지도 수술을 마치고 웃으며 잠이 드셨습니다.
그렇게 잘 끝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수술 후유증으로 패혈증이 찾아왔습니다. 아버지는 중환자실로 옮겨졌습니다.
“아버지 꼭 살려주세요. 그리고 만에 하나라도… 잘 못 된다면 아버지의 마지막을 지킬 수 있게 해주세요.”
너무 슬펐습니다. 하지만 아버지와 한 약속이 있었습니다. 수술 끝나면 원 없이 달려보자는 약속.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아버지와 함께 마라톤 대회에 출전했습니다.
아버지에게 골수를 이식한 뒤라 저도 성한 몸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힘들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곁에서 용기를 주신 분들이 있었습니다. 어깨를 토닥여 주시고, 결승점에서 보자며 엄지손가락을 세워 보이시던 분들. 그분들의 따듯한 응원이 힘이 됐습니다.
마침내 결승점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정말로 해냈다는 생각에 참았던 눈물이 흘렀습니다. 마지막까지 한발, 한발, 안간힘을 실어서 내디뎠고 마침내 결승점을 통과했습니다
아버지와의 약속을 지킨 지금, 저는 아버지와 전국 일주를 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아버지가 계신 영월에서 아버지에게 이 얘기를 전하고 싶어요. “아버지가 함께했기에 가능한 여행이었고, 다시 만나면 그때 또 함께 여행을 가요. 아버지 다시 뵙는 그 날까지 열심히 살겠습니다 아들로 태어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신경하 씨는 어제(12일)부터 아버지를 모시고 다시 전국 일주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아버지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기 위해섭니다. 혹시 신경하 씨를 보시면 응원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