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눈으로 하는 게 아니에요.
복면을 쓴 채 자전거를 타는 남자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수상한 남자 뒤에는 한 여자가 타고 있습니다.
이들을 태운 자전거는 급커브길에서도, 장애물이 있어도 쌩쌩 달립니다.
신묘한 묘기 같아 보이기도 하지만, 두 남녀에게는 뽐내고 싶은 특기가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일상'입니다.
복면을 쓴 남자는 1급 시각 장애인입니다. 그리고 뒤에 있는 여자는 남자의 아내입니다.
그들이 만들어 내는 ‘앙상블’로 자전거는 달릴 수 있는 겁니다.
“자동차 운전을 하듯 허리에 손을 잡고 이렇게, 이렇게… 설명하긴 어렵지만, 우리 둘만 아는 '교감'이에요.” - 박용택, 오희자 부부
박용택, 오희자 부부는 30년 전부터 자전거를 함께 탔습니다. “진짜 걱정이 안 됐어요. 아마 믿었던 것 같아요.” - 아내 오희자 씨
박씨가 자전거를 타겠다고 결심하게 된 것도 아내 때문입니다. “아내가 옆에 있으면 장애가 있다는 걸 못 느껴요. 내 눈이 되어준 아내 덕분에 어려움도 즐길 수 있어요.” - 남편 박용택 씨
길을 잃은 용택 씨에게 손을 건넨 인연으로 부부가 된 이 두 사람. 그들에게 ‘자전거 타기’는 둘 만의 달콤한 데이트입니다.
“당신이 타고 있으면, 난 눈을 환하게 뜬 것 같아. 내가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두려움 없이 달릴 수 있을까?” - 남편 박용택 씨
“그러면 한번 달립시다. 지금부터 달려봅시다.” - 아내 오희자 씨 “여보 사랑해∼” “사랑해∼”
상대방의 단점을 지적하기보다는 뒤에서 조용히 채워 주는 것. 그러면서 서로 믿고 의지하는 것. 그리고 서로 고마워하는 것.
“사랑은 이렇게 하는 거야.” 박용택, 오희자 부부가 우리에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