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그렸다가 뜻밖의 세계 진출
영국 BBC를 비롯해 해외 유명 언론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는 그림입니다. 그런데 한국의 정서가 담긴 구멍가게를 그렸을 뿐입니다.
“인기요? 갑자기 유명해지니 얼떨떨해요… 제게 이런 순간이 오다니…!” 사실 그림의 주인은 이런 큰 관심에 놀랍고 당황스럽기만 합니다.
그림의 주인은 이미경 씨(48). 20년간 전국을 돌아다니며 수백점의 구멍가게를 그린 작가이자, 두아이의 엄마입니다.
“어떤 평가를 할까?” “이건 너무 진부하지 않을까?”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시절. 그림을 잘 그리기 위한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땐 사람들의 눈을 의식한 기교로 가득 채운 화려한 그림을 그렸어요.” - 이미경 작가
하지만 기대했던 만큼 작품이 주목받진 못했습니다. 졸업 후 붓을 놓았습니다. 그리고 두아이의 엄마가 돼 서울에서 시골로 거처를 옮겼습니다.
논두렁에 구멍가게 하나 있는 시골. 그녀의 유일한 낙은 아이 손 붙잡고 산책하는 것이었습니다.
“여느 날과 같이 한적한 시골 어귀를 돌던 중. 해 질 무렵 구멍가게의 밤색 양철지붕에서 낯선 기분을 느꼈어요. 그리곤, 그림으로 남겨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펜화로 작은 그림 하나 완성하는 데 나흘 밤낮이 걸렸지만, 그 자체가 편하고 여유가 느껴졌어요.” 이후 그녀는 비닐하우스 안에 작은 작업실을 마련해 구멍가게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한 친구가 집에 놀러 와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니, 이걸 혼자 간직하고 있었단 말이야? 이 그림은 많은 사람한테 알려야 해!”
그렇게 구멍가게 그림 15점으로 개인전을 열게 됐습니다. 그냥 혼자만 보려고 그린 구멍가게 그림은 순식간에 유명세를 탔습니다.
이를 계기로 이미경 작가는 20년 동안 250점이 넘는 구멍가게 그림을 그렸습니다. 100번 이상 전시회를 열었습니다.
“누군가에게 보여줄 그림이었다면, 이렇게 오랜 시간 그리지 못했을 거예요. 잘 그린 그림이 뭔지는 아직도 모르겠지만, 이젠 그냥 그림을 그리는 게 좋아요.”
BBC 등 해외 매체에 소개되며 세계적으로 러브콜을 받는 이미경 작가. 그녀는 여전히 작은 작업실에 꼬질꼬질하게 앉아 구멍가게에 푹 빠져 있는 시간이 가장 소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