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형이 하고 싶은 거 다 해
“학교에서 전화가 왔어요. 시형이가 이상하다고, 복도에 나가서 미친놈처럼 이상한 춤을 춘다고.” - 이승희 / 이시형 군 어머니
시형이의 어머니는 전화를 받고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었습니다. 그 춤이 어떤 춤인지 감이 왔습니다. 학교로 달려갔습니다.
“나 그냥 피겨 하고 싶은 건데, 왜 이상한 사람 취급해…” - 이시형 담임선생님은 뭔가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했지만 아들은 미친 게 아니었습니다.
김연아 선수를 보고 충격을 받은 11살 시형이의 세상은 온통 ‘피겨’뿐이었습니다. 어머니는 결국 시형이를 코치에게 데려갔습니다.
“감각을 타고 났어요. 꼭 시켜야 합니다.” - 김현철 / 코치 더는 말릴 수 없었습니다. 시형이는 그렇게 피겨를 시작했습니다.
훈련비, 생활비 마련을 위해 어머니는 온종일 김밥을 말았습니다. 초등학생 시형이는 지하철을 타고 혼자 아이스링크장을 다녔습니다.
2012년 제54회 전국 피겨 종별 선수권 대회 1위 (남자 초등부 C조) 2012년 제93회 전국 동계체육대회 금메달 (남자 초등부 D조) . . . 체계적인 트레이닝을 받을 순 없었지만 시형이는 각종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불과 1년 만이었습니다.
그런데 상황은 열정을 따라주지 않았습니다. “12시간씩 식당 일을 하다 보니 어깨 인대가 찢어졌고 일을 할 수가 없었어요. 기초생활수급비를 받게 됐죠.” - 이승희 / 이시형 군 어머니
게다가 2014년 시형이마저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부상을 당했습니다. 돈 때문이었습니다. “고장 난 스케이트 부츠를 신고 훈련이랑 경기를 계속했어요. 교체할 돈이 없어서…” - 이승희 / 이시형 군 어머니
“감사하게도 시형이를 그냥 봐주시겠다고 했어요.” -이승희 / 이시형 군 어머니 그때 피겨를 그만둘 뻔했던 시형이. 그런데 오지연 코치가 나타났습니다. 덕분에 시형이는 다시 꿈을 키우기 시작했습니다.
2014년 제95회 전국 동계체육대회 2위 (남자 중등부 B조) 2015년 제57회 종별선수권대회 금메달 (남자 싱글 중등부 A조) . . . 시형이는 오 코치의 레슨을 받고 무럭무럭 성장해 각종 대회에서 상을 받았습니다.
올해 1월엔 종합선수권대회에서 3위를 차지하며 17살 나이에 국가대표로 선발됐습니다. 그리고 최근 세계 대회에 당당히 출전했습니다.
지난 15일 2017 ISU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 쇼트 프로그램. 시형이는 떨렸지만 시종 침착한 연기를 선보였습니다.
그리고 점수 발표 순간. 67.51점으로 자기 최고기록을 경신한 시형이는 물개 박수를 쳤습니다.
시형이의 최종 성적은 종합 16위. 언론의 큰 주목을 받진 못했지만 이렇게 큰 무대에서 자기 기록을 경신한 것만으로도 시형이에겐 감격적인 순간이었습니다.
한때 시형이에게 ‘돈 없는데 왜 사서 고생이냐’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때 시형이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내게 전부인 꿈인데 내 전부를 어떻게 포기합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