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둔촌주공아파트
‘삐걱삐걱’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그네.
그네에 몸을 싣고 하늘을 향해 날던 어린 시절 나의 모습.
놀이터의 흙먼지, 쌉싸름한 녹 내음. 그리고 친구들.
그 친구들과 함께했던 둔촌주공아파트의 상징. 기린 미끄럼틀.
그 기린 미끄럼틀이 사라지던 날, 둔촌주공아파트 주민들은 모두 손에 불꽃을 들었습니다.
“밤늦게 집에 갈 때도 늘 그 자리에 든든하게 있던 존재가 사라진다는 게 많이 아쉬웠어요.” - 이인규 작가 주민들 속에는 이인규 씨도 있었습니다. 그녀는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을 앞두고 추억을 기록하기 시작했습니다.
“둔촌동은 제 어린 시절이 그대로 담긴 공간이에요. 둔촌주공아파트가 없어지면 행복했던 순간도 같이 사라질 것 같았어요.” - 이인규 작가 그녀에게 아파트 재건축은 추억의 상실을 의미했습니다.
“여기서 태어나고 자랐어요. 저에게는 여기가 고향이에요.” - 이인규 작가 둔촌주공아파트가 계절에 따라 매해 옷을 갈아입는 동안 그녀도 성장했습니다.
성장한 그녀가 잠시 떠났다가 다시 찾은 둔촌주공아파트에는 여전히 ‘사람’ 냄새가 가득했습니다.
2개월 된 신혼부부가 새로운 삶을 시작했고, 5살부터 살았던 집에서 지금은 6살 된 아이를 키우고 있는 아기 엄마가 둔촌주공아파트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모두가 떠나야 합니다. 그녀도 마찬가집니다.
그녀는 둔촌주공아파트에 대한 추억을 기록하면서, ‘집’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게 됐습니다.
“집이라는 건 삶을 지탱해 주는 뿌리 같은 건데, 우리 모두 그 뿌리를 뽑혀서 사는 거 같아요. 마음이 붕 뜬 기분이에요.” - 이인규 작가
둔촌주공아파트는 그녀에게 잊을 수 없는 고향입니다.
여러분의 추억 속에 남아 있는 고향은 어디인가요? 그 추억의 장소가 바로 여러분을 지탱해 주는 뿌리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