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통판사가 여기서까지 호통을 치는 이유
캄보디아 시엠립에 있는 어느 마을에서 누군가가 한국어로 호통을 칩니다.
이 호통의 주인공은 천종호 부산가정법원 부장판사입니다.
그는 법정에서 비행 청소년들을 엄하게 꾸짖어 ‘호통 판사’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가 이렇게 캄보디아까지 가서 호통을 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가난과 가정폭력에 못 이겨 범죄를 저지른 아이들은 가정으로 가도 다시 비행에 빠질 수밖에 없어요." 한 번의 실수로 범죄의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선처라고 아무런 보호장치도 없이 사회로 돌려보내는 것은 재비행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그는 나락으로 떨어지기만 하는 아이들을 구하고 싶었습니다.
"방학이 끝나면 다들 여행 다녀온 이야기를 하지만 보호 소년들은 돈이 없어 수학여행도 잘 못 가요." 그래서, 자신이 보호 처분을 내린 아이들과 봉사 여행을 떠나보기로 했습니다.
“우리 애는 그런 거 안 가도 돼요!” - 보호처분 받은 청소년 부모 “봉사요? 힘들 것 같아서 가기 싫어요.” - 보호처분 받은 청소년 하나투어를 비롯해 주변의 도움으로 여행 준비는 마쳤지만, 아이들과 함께 비행기를 타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에게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보다 넓은 세계를 경험하는 기회를 주고 싶었습니다. " 긴 설득 끝에 아이들과 캄보디아에 도착했습니다. 천 판사와 아이들은 도서관을 지어주기로 했습니다.
37도가 넘는 폭염 속에 장비도 제대로 없이 공사는 시작됐습니다.
봉사한다고 와서 사진만 찍고 돌아가는 경우도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우리 아이들에게는 끝까지 열심히 해야 한다는 걸 가르쳐주고 싶었어요."
그늘에서 몰래 쉬며꾀를 부리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천 판사의 호통은 이어졌습니다. 호통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습니다.
7시간이 넘는 사투 끝에 도서관이 완성됐습니다. 투덜대던 아이들은 다같이 힘을 합쳐 만든 도서관을 보며 머쓱한 미소를 짓습니다.
“선생님, 저 이제부터 열심히 살 거예요. 성공해서 이곳저곳 봉사도 다니고 어려운 친구들도 도와줄 거예요.”
배식 봉사까지 마치고 한 아이가 그에게 건넨 이야기입니다. 세상을 원망하기만 했던 아이들에게 새로운 꿈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보호소년들은 가족에게 사랑받은 경험이 없어 남들에게 베푼다는 게 아직은 어색합니다. 아이들이 봉사의 기쁨을 맛보고 희망을 품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천종호 판사는 오늘도 여전히 쩌렁쩌렁한 호통으로 아이들과 소통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