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쉬고 싶었어요
"강아지 숨소리가 이상해서 병원을 데리고 가서 검사했는데 폐가 안 좋다고. 원인을 찾으려고 했는데 죽었어요." - 오성희 씨
2006년, 경기도에 있는 어느 가정집에서 키우던 강아지 4마리가 잇따라 사망했습니다.
"폐가 굳어가고 있대요." "1분에 쉬는 숨이 30회가 넘어가면 안 되거든요. 그런데 70, 80, 100까지 올라가요." - 오성희 씨 (개 주인)
강아지들의 증상은 모두 똑같았습니다. 갑자기 호흡 곤란 증상을 보이며 숨을 쉬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원인도 모른 상태에서 제대로 손도 쓰지 못하고 갑자기 사망했습니다.
그로부터 6년 후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영유아와 임산부들이 집단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가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반려견을 치료했던 수의사 김현욱 씨는 반려견들의 사망 원인이 가습기 문제라는 것을 직감했습니다.
"전체적으로 심장이 크게 종대되고 변형되어 있었고요. 심장 주변으로 침윤들이 관찰되어 있고." - 김현욱 씨 (수의사) 당시 부검했던 자료들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의 증상과 유사했습니다.
"제일 마음이 아팠던 건 애들이 폐가 안 좋다고 해서 진단을 받고 집에 가잖아요. 폐가 안 좋으면 건조한 게 제일 안 좋대요. 가습기를 세게 틀고 그 밑에다가 애를 두는 거예요." - 오성희 씨 오성희 씨는 네 마리의 반려견들이 살던 집에서 가습기를 사용했다고 밝혔습니다.
"사람보다는 강아지들이 아무래도 폐의 면적도 작고 가습기에 좀 더 가까이 위치하는 경우들이 많아서 아마 더 빨리 사람보다 증상들이 나타났다고 생각을 하고요." - 김현욱 씨 (수의사)
논란만 무성하다 잊힐 뻔한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지난 2016년 다시 조명됐습니다. 국정조사가 열리고 관련자들은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습니다.
반려견들의 잇따른 죽음은 영유아들의 사망으로 이어졌습니다. 누구도 살균제가 문제가 될 것이라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그 결과 1천 명 넘게 목숨을 잃어야 했고, 5천 명 넘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안고 평생을 살아야 했습니다.
임상 피해가 나온 지 5년 만에 보건당국은 진상 조사를 시작했고, 수사 당국은 가습기 살균제가 사망의 원인으로 인정되고 5년이 더 지난 후에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재앙의 경고를 알아차리지 못했을 뿐 아니라 실체를 알고 책임을 묻는데 10년이 걸렸습니다.
우리 정부가 반성해야 할 대목은 왜 미리 막지 못했는지 뿐만 아니라, 왜 이렇게 오래 걸렸느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