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다리 걸친 영제 군(15)
SNS를 뜨겁게 달군 한 피아노 동영상. 영상 속 주인공은 앳된 소년입니다.
"악보를 볼 줄 모르고요, 그냥 자기가 생각해서 치는거래요" -복다니엘/제보자 그런데 피아노에 악보가 없습니다. 심지어, 이 소년은 악보를 볼 줄도 모른다고 합니다.
믿기지 않는 연주의 주인공은 이제 겨우 중학교 2학년인 15살 문영제 군입니다.
영제는 피아노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갑니다. 영제의 연주에 사람들은 감탄합니다.
"악보를 시각화시켜주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그걸 보고 했어요." -문영제/거리의 피아노 소년 음악학원을 한 번도 다녀본 적 없는 영제는 오로지 인터넷 동영상으로 독학했습니다.
악보를 볼 줄 모르지만 자신만의 자작곡도 연주합니다.
"즉흥연주까지 한다는 건 당연히 음악적 재능이 있다고 봐야죠" -유영욱/교수 하지만 영제는 집에서 피아노를 칠 수 없습니다. 부모님의 반대 때문입니다.
영제는 과학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있습니다. 물리학에 남다른 두각을 보이며 학교에선 수학·과학 박사로 통합니다.
"부모 된 입장에서는 현실적인 것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데…" -문승보/영제 아빠 부모님은 이런 영제의 피아노를 향한 열정이 걱정스럽습니다.
영제가 과학고에 진학해 평탄한 길을 가길 바랐기에 반대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피아노를 못 친다면) 답답해서 미칠 것 같아요" -문영제/거리의 피아노 소년 아빠에게 꾸중을 들은 날이면 영제는 집 근처 공원으로 달려가 피아노와 둘만의 대화를 합니다.
길거리에서 피아노를 치는 영제를 처음 본 아빠는 놀랐습니다. 나무라기도 했지만, 아빠는 영제의 속마음이 궁금해졌습니다.
"학원에서 잘하면 칭찬도 받고, 그러다 보니깐 공부에 대해서 포기하기 싫었어요. (아빠는)공부 쪽으로 갈거면 피아노를 칠 시간도 없고 못칠거다…" -문영제/거리의 피아노 소년
영제는 공부와 피아노 둘 다 포기하지 못하고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아빠는 그걸 뒤늦게 알았습니다.
"영제, 이리와 봐. 한 번 안아보자." -문승보/영제 아빠 부모님은 처음으로 영제의 연주를 끝까지 들었습니다.
연주가 끝나고 아빠가 머리를 쓰다듬자 영제는 배시시 웃습니다. 과학자 혹은 피아니스트로만 꿈을 단정 짓기엔 영제는 이제 고작 열다섯 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