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아직도 딸을 태그하고 있습니다.
이기철 씨는 페이스북에 일기를 쓰듯 매일 두세번씩 사진이나 글을 올립니다. 그런데 모든 게시물에 항상‘박주원 님과 함께 있다’고 태그 합니다.
박주원 양 프로필에 들어가 봤더니 앳된 여고생입니다.
그런데 표지 사진에 관이 보입니다. 주원이는 2015년 5월 집단따돌림에 시달리다 집 옥상에서 투신했습니다.
35일간 혼수상태로 중환자실에 누워있다 끝내 세상을 떠났습니다.
주원이의 엄마 이기철 씨는 딸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주원이의 흔적을 뒤졌습니다.
“친구 남자친구 빼앗은 여자애로 몰려서 왕따가 되고…계란에 밀가루 세례까지 받고, 학교 쓰레기장에서 의자로도 맞아봤어.” - 故박주원 양 중학생 때 피해 내용 주원이가 친구에게 보낸 카카오톡엔 집단폭행을 당했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내가 마음대로 말 걸고 그랬던 거 불편했다면 미안해.” “혹시 내가 실수했거나 기분 나쁘게 한 게 있었다면 미안해.” - 故박주원 양 카카오톡 대화 내용
하지만 학교측은'가해자 없음, 피해자 없음'으로 결론 내렸습니다. 경찰도 주원이가 폭력을 당했다는 증거가 없다며 조사를 끝냈습니다.
결국, 누구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없었습니다. 자식을 지키지 못했고, 억울함마저 풀어주지 못한 엄마는 죄인이 된 심정이었습니다.
건강마저 악화돼 앓아 누운 엄마 이기철 씨. 하지만 주원이를 생각하면 가만히 있을 수 없었습니다.
주원이의 명찰을 외투에 달고 세상 밖으로 나갔습니다. 주원이가 남긴 숙제를 같이 풀어나가기로 했습니다.
학교폭력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한 서명 운동을 벌였습니다.
학교폭력으로 힘들어하는 학생과 부모를 돕는 단체도 만들었습니다.
기철 씨의 진심 어린 상담과 조언은 피해 학생과 학부모에게 큰 용기를 주었습니다.
어려운 이웃을 돕는 ‘밥 연대’ 활동에도 참여했습니다. 어느덧 그는 시민운동가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집에 돌아오면 24시간 꺼지지 않는 초 앞에 앉아 주원이를 기억합니다.
작년에는 주원이를 위한 나무도 심었습니다. 책가방에 달고 다니던 인형도 걸었습니다.
“매일 아이를 태그하는 이유는 옆에 함께 있다는 의미도 있지만 주원이의 친구들이 페북에서만이라도 계속 기억해주길 바라기 때문이에요.”- 이기철 님
이기철 님은 오늘도 박주원 님과 함께 있습니다. “먼 훗날, 우리 주원이 앞에 가서 엄마는 부끄럽지 않게 살다 왔다고 말하고 싶어요.”- 이기철 님 기획 하대석, 김근아 인턴 / 그래픽 김태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