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나라에서 누가 독도를 지키겠습니까?”
어려서부터 저는 아빠가 경찰인 것이 자랑스러웠습니다. ‘전·의경의 아버지’라고 불릴 만큼 자상한 경찰관이었습니다.
27년간 대구에서 근무하시던 아빠는 작년 10월 울릉경비대장에 지원하셨습니다. 독도와 울릉도를 지키는 명예로운 임무를 맡아보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울릉도로 가신 뒤 열흘 만에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오셨습니다.
아빠가 돌아가신 날은 토요일이었습니다. 주말에도 경비 업무를 중단할 수 없어 홀로 정찰을 하시다 산에서 사고를 당하셨습니다.
아빠는 공로를 인정받아 총경으로 특별 진급됐습니다. 나라 위해 일하시다 명예롭게 순직하셨기에 그나마 가족들의 아픔은 덜했습니다.
그런데 공무원연금공단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근무를 마친 뒤 일어났으니 개인적인 사고로 봐야 한다는 황당한 설명이었습니다.
공무원 수당 규정이 문제였습니다. 휴일엔 하루 4시간 초과근무만 인정돼 아빠는 그날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일하겠다고 신청했습니다.
그런데 아빠는 하필 1시 이후 정찰을 위해 산에 오르다 사고를 당한 겁니다. 신청한 근무시간에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단 측은 순직으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아빠의 동료들은 울릉도와 독도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라며 신문에 투고까지 했습니다.
저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휴일 반납하고 수당도 포기한 채 울릉도와 독도를 지킨 아빠인데 혼자 등산하다 실수로 죽은 사람 취급을 받은 겁니다.
독도를 지키러 간다고 하셨을 때 아빠를 말리지 않은 것을 너무나 후회했습니다.
고 조영찬 총경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다음 아고라에선 네티즌들이 자발적으로 ‘순직 인정’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4천 명이 넘는 이들이 서명했습니다.
유족은 이번주 중 순직 인정에 대한 재심을 청구할 예정입니다. 이 시각에도 대한민국 울릉도와 독도에는 묵묵히 영토를 수호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