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하는 게 자랑이다
몇 년 전부터 초등학생이 썼다고 알려진 어느 시가 꾸준히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용기 넌 충분히 할 수 있어 사람들이 말했습니다 용기를 내야 해 사람들이 말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용기를 내었습니다 용기를 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못해요
‘용기를 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못해요’ 이 마지막 구절에서 많은 사람의 마음이 움직였습니다.
이 시는 사실 초등학생이 쓴 시가 아닙니다.
“이 시가 이렇게 유명한지 몰랐네요. 허허” 1989년, 이규경 작가가 쓴 동시입니다. 그는 30년 넘게 아이들을 위해 그림을 그리고 시와 동화를 쓰고 있습니다.
제 시가 다른 사람의 시라고 알려졌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기분 나쁘지는 않았어요. 어린 독자가 내 시를 노트에 옮겨 적은 것은 작가로서 기쁜 일이잖아요.
용기는 중요한 것이죠. 살면서 항상 필요하니까요. 사랑할 때도, 이별할 때도 용기가 있어야 하잖아요.
하지만 용기를 가지고 산을 오르자, 바다를 헤엄치자 이런 거창한 말을 하고 싶지는 않아요.
우리에게는 못한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 부정하는 용기가 필요하죠. 옳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거리낌 없이 말하고 행동해야 해요.
사람들은 제 시를 보고 어른들이 읽어도 좋은 시라고 말하더군요. 그런데 어른만 보는 시, 아이만 보는 시는 없잖아요. 70대 노인의 마음에는 7살 아이가 있고 7살 아이의 마음에도 70대 노인이 있는 법이니까요.
에필로그 인터뷰하면서 작가는 젊은이들이 당당하기를 바랐습니다. 소탈한 웃음 뒤엔 묵직함이 있었습니다. 할 수 있다는 격려보다는 못해도 괜찮다는 위로를 건넸습니다. 거절하고 포기할 수 있는 용기를 주는 어른을 만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