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이 장애인 가르치면 안 되나요?
칠판 앞에 서서 학생들에게 밝게 웃음 짓는 한 선생님.
그런데 말이 어눌하고 행동이 부자연스럽습니다. 36살 장혜정 씨는 뇌 병변 1급 장애인입니다.
“공부하는 게 쉽지 않았죠. 필기를 할 때에는 훨씬 더 많은 시간이 걸렸어요.” 뇌 병변 장애는 근육을 마비시키고 언어 장애를 동반합니다. 하지만 혜정 씨는 학창시절부터 교사를 꿈꿨습니다.
“장애인이 무슨 장애인을 가르쳐..” “말도 잘 못 하는데..” 교사가 되겠다고 했더니 주변에선 따가운 시선이 쏟아졌습니다.
그래서 더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2000년 조선대 특수교육과에 당당히 합격했습니다.
몸이 불편해 두세 배의 노력을 기울이며 임용고시를 준비했습니다. 2014년, 장애 구분모집 임용고시에서 혼자 1차 필기를 통과했습니다.
2차 실기는 실제 수업을 해보는 시험이었습니다. 말은 어눌했지만 혜정 씨의 수업은 활기가 넘쳤습니다. 좋은 점수로 2차 실기도 통과했습니다.
마지막 관문인 최종 면접. 그런데 면접관은 혜정 씨에게 의사소통 보조기구(AAC)를 제공하지 않았습니다. 혜정 씨의 어눌한 말을 문제 삼으며 0점을 줬습니다.
불공정한 면접이었다는 생각에 상처를 받은 혜정 씨. 하지만 굴하지 않았습니다. 교육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결국 법원은 장애인에게 필요한 편의를 제공하지 않은 건 위법이라며 혜정 씨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올해 초 다시 치른 면접에서 혜정 씨는 당당히 교사로 합격하며 드디어 꿈을 이뤘습니다.
“중요한 건 학생들을 이해하고 공감해주는 거예요. 제가 장애인이니까 장애인의 마음을 더 잘 읽을 수 있습니다.” 누구보다 학생들의 마음을 잘 이해하는 특수교사가 되고 싶다는 장혜정 선생님.
“장애인 학생들에게 끝까지 용기를 잃지 말라고 말하고 싶어요.” 세상의 차가운 시선을 이겨내고 이제 존재 자체로 장애인 학생들의 희망이 됐습니다.
오는 3월 그토록 꿈꾸던 교사로 첫 출근하는 날을 앞두고 혜정 씨는 너무나도 설레고 행복합니다.장혜정 선생님의 멋진 인생 2막, 스브스뉴스가 응원합니다! 기획 하대석 우탁우 인턴 / 그래픽 조상인 인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