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지상파 '역습'한 언니들
“8년 사귄 남자친구가 잠적했어요. 가장 예쁜 20대를 이 남자와 보냈는데 억울해요” 어떤 말로 이 여자 분을 위로할 수 있을까요?
“더 엮였으면 큰일 날 뻔 했네! 다행이야! 그리고 30대는 더 예뻐요. 40대? 괜찮아∼ 살 만해! 예뻐!” 캬! 듣기만 해도 속이 풀립니다. 최근 화제였던 송은이, 김숙 씨의 ‘사이다’멘트입니다.
2016년 7월 26일 [사연 1] 큰 누나가 시집간답니다. 나이 38에. 축하해주세요∼ 송은이 : 좀 이른 나이에 가시는 감이 없잖아 있는데… 김숙 : 이거 고민 많이 해봐야 하는데…
2016년 8월 31일 [사연 2] 20년지기 친구들이랑 여행가요. 친구들은 다 날씬한데 전 한 덩치해서ㅠ 송은이 : 친구 3명 날씬하면 1명은 개성 있어도 된다! 김숙 : 날씬한 거 따라가서 뭐하게? 지금도 예뻐!
다른 방송에선 듣기 어려웠던 언니들만의 ‘사이다’ 멘트로 마니아까지 생겼죠. 지난 9일 생방송 직전! ‘언니네 라디오’ DJ 송은이 씨와 김숙 씨를 스브스뉴스가 만났습니다.
김숙 : 그냥 당연한 말을 하는 거지 뭐 송은이 : 우리가 상식 밖의 일을 너무 많이 겪어서 상식이 오히려 특별해보이는 것 같아요.
상식과 진심을 담은 언니들의 ‘쿨’한 라디오. 그런데 말입니다. ‘언니네라디오’는 사실 시련을 이겨내는 과정에서 시작됐습니다.
"김숙이 어떤 프로그램에 캐스팅됐다가 갑작스럽게 하차를 통보받는 일이 있었어요. 불합리하다는 생각을 했죠. 김숙은 하와이로 떠나자고 하고" - 송은이(연합뉴스, 2016.7.30)
김숙의 안타까운 소식에 송은이 씨는 자비를 털어 스튜디오를 마련했습니다. “우릴 안 써줘? 그럼 그냥 우리끼리 해보자!” 그렇게 팟캐스트 ‘비밀보장’이 탄생했습니다.
눈치볼 사람 없고, 규정도 느슨한 팟캐스트에서 두 언니는 거리낌 없이 청취자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오직 진심만 담았습니다.
무엇보다, 두 사람은 서로의 빈틈을 채우는 완벽한 케미를 자랑했습니다.
“언니는 정리를 잘 하니까 라디오에 진짜 필요해”. ‘비밀보장’은 직설적이고 험하니까 내가 잘하고” - 김숙 “숙이는 웃음보따리를 책임지고. 하하. 저는 큰 사고 없이 2시간 진행되도록 노력하고요. 웃기는 방향이 다른 거니까” - 송은이
‘비밀보장’ 시작 반 년 만에 두 사람은 SBS 라디오 ‘언니네 라디오’의 DJ로 섭외됐습니다.
"크 비밀보장 콤비가 지상파 잡네요" 트위터 유저(@luxon51) ‘사이다’ 멘트에 청취자들은 환호했고 지난해 ‘작품상’(한국방송대상 연예오락부문)도 탔습니다.
두 사람은 인기 비결을 이렇게 꼽습니다. “우리가 말하는 게 해결책이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힘들 때 누군가 ‘그래, 나도 그거 알아’라 해주기만 해도 훨씬 나으니까요. 잘 들어주는 거. 그걸 하는 거죠” - 송은이
어쩌다보니 지상파를 ‘역습’(?)해버린 언니들. 언니들의 시원한 ‘사이다’는 두 사람이 함께라면 그곳이 어디든, 오래오래 청취자를 찾아갈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