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시간 째 담장 앞을 서성이는 남자
“아침에 일어나 보니 집 담장이 완전히 무너져 있었어.” - 순창 주민 권 모 할아버지 지난 12월 20일 경 이른 아침, 저는 혼자 살고 계신 97세 권모 할아버지의 신고 전화를 받고 출동했습니다.
권 할아버지 댁 담벼락은 한 면이 완전히 무너져 도로에서도 집안이 보일 정도였습니다.
누군가 할아버지 담벼락을 들이받고 도주한 것으로 보여 수사를 시작했습니다.
“아이고, 이제 어쩌면 좋지….” - 권 모 할아버지 수사를 하면서도 무너진 담벼락에 자꾸 눈이 갔습니다. 한겨울 매서운 칼바람이 어르신의 기와집으로 들어가는 것 같았습니다.
“사람 마음이란 게 문이 열려 있으면 들어가고 싶을 수 있잖아요.” - 이동현 경사 밤새 근무를 하고 병원에 있는 아내 곁에서 간호를 하면서도 할아버지가 맘에 걸렸습니다.
밤이면 다니는 사람도 많지 않은 시골인데다 익산에 혼자 살고 계시는 어머니가 생각나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습니다.
병원 근처에서 시멘트 세 포대와 장비 몇 가지를 샀습니다. 그리곤 다음 날, 날이 밝자마자 권 할아버지 댁을 다시 찾았습니다.
“정말 이거 고마워서 어째…. 고마워요, 고마워.”- 권 모 할아버지 4시간 동안 다시 벽을 쌓았습니다. 매우 추운 날이었지만, 입고 있던 옷이 땀으로 흠뻑 젖었습니다.
“젊은이가 자기 일처럼 도와줘서 정말 고맙네요.” “이거 기자 불러야겠네! 멋진 경찰이야.” - 순창 주민들
큰일을 한 것도 아니고, 큰 돈도 들지 않았습니다. 그저 할아버지 걱정에 한 일일 뿐인데, 많은 분들이 칭찬해 주셔서 그저 쑥스럽습니다. <이 기사는 순창경찰서 이동현 경사님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1인칭 뉴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