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셔츠에 새겨진 선명한 두 글자 ‘하야(下野).’ 지난 주말에 진행된 촛불집회에서 시민들이 입은 이른바 '하야 티셔츠'입니다.
'국정농단 사건'의 중심에 있는 최순실 씨가 지난 10월 31일, 검찰에 출두하면서 벗겨져 화제가 된 신발. 바로 명품 '프라다' 구두를 비꼬며 온 작품입니다. 최 씨가 '프라다'를 신었다면, 국민은 '하야다'를 입는 겁니다.
집회에 등장한 깃발들도 풍자와 해학이 절묘하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장수풍뎅이 연구회' '민주묘총' '범야옹연대' '전견련' 등 재치 있는 깃발과 대형 풍선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퍼포먼스들도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황소를 탄 농민이 등장하기도 하고 민주주의는 죽었다며 국화를 던지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거리 한가운데에서 백숙을 삶은 이도, '그만두유' 10만 리터를 나눠주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주말마다 광화문 거리에는 온갖 패러디 포스터로 도배가 됩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이름을 바꾼 '퇴근혜' 결혼정보업체 이름을 바꾼 '하야해 듀오'
가슴 속 깊이 '분노'가 치밀지만, 집회 참가자들은 성숙한 시민 의식으로 승화하고 있습니다. 경찰 차벽엔 꽃을 붙여주고, 더 이상의 진입을 막는 경찰에게도 수고했다고 말하는 여유도 보여줍니다.
평화집회를 이어가며 이렇게 우리만의 해학과 풍자로 우리의 집회 문화는 새롭게 태어나고 있습니다. 남녀노소, 지역, 이념, 정파 등을 떠나 시민들이 이끄는 평화롭고 마치 축제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촛불집회'의 모습에 외신들도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습니다.
매주 서울 광화문광장을 비롯해 전국 주요 도시를 밝히고 있는 수십, 수백만의 촛불. '평화 집회'에 담아낸 국민의 함성, 요구, 절규가 평화롭게 실현되는 날이 하루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