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개념충 장수풍뎅이 연구회
장수풍뎅이 연구회 지난 12일 촛불집회 현장에서 많은 이의 눈길을 사로잡은 깃발입니다.
“드디어 만났다!!!” “장수풍뎅이 깃발 따라다님” SNS에서도 화제였습니다. 인증샷이 속출했습니다.
“장수풍뎅이 연구회까지 화나게 하다니” “나라가 이렇지 않았다면 사랑하는 장수풍뎅이만 볼 수 있었을 텐데…” 안타까워하는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도대체 어떤 연구자들이길래 광화문에까지 모였을까요? 수소문해보니 곤충과는 전혀 상관 없는 단체였습니다. 단체 대표는 이렇게 말합니다. “저는 벌레라면 치를 떠는 겁쟁이입니다 ㅜ ㅜ”
우리 모임 이름은 아무 이유 없이 지어졌어요. 3년 전 단체를 결성하는데 한 친구가 이런 농담을 던졌어요. “장수풍뎅이 연구회 어때?”
그땐 모두가 피식 웃었지만 멤버들의 ‘귀차니즘’이 심한 탓에 저 이름이 우리 단체명이 됐죠. (풍무룩)
이렇게 아무렇게나 이름을 지었다고 저희가 생각 없는 사람들인 건 아니에요. 사실 저희도 나름대로 생각했던 게 있었어요. 3년 전 우리 시선을 사로잡은 특별한 사건이 계기가 됐어요.
2013년 6월 터키의 게지 공원에서 춤판이 벌어졌어요. 시민 남녀가 짝을 이뤄 열정적인 탱고를 췄죠.
물대포와 최루액으로 진압하는 정부에 항의 표시로 돌이나 화염병을 던지지 않고 춤을 춘 겁니다.
평화로운 탱고 시위는 부당한 폭력에 저항하는 메시지를 오히려 더 효과적으로 전달했습니다. 시위대를 폭도라고 몰아붙이던 정부를 곤란하게 만든 겁니다.
경찰과 시위대 간 유혈충돌 상황 속 아무도 예상 못 한 탱고시위는 세계인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결국 터키 정부는 시민 요구대로 공원 철거 계획을 철회했습니다.
우리에겐 처음부터 어떤 단체명이든 상관없었습니다. 뜬금없는 장수풍뎅이로 정치 현장에 나가도 ‘누구나 여기 참여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여줄 수 있다면 목표 달성입니다.
우리 깃발은 이번 집회에 나가려고 10분 만에 디자인한 겁니다. 전 우리 깃발 모양이 너무 창피해서 깃발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져 걸었는데 좋아하셨다니 다행입니다.
이번 토요일(19일) 촛불 집회에도 참석할 겁니다. 어색함을 견디실 수 있는 분 누구나 환영합니다. 깃발 보이면 와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