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뭐 하세요?

가끔 아이들은 생각지도 못한 질문을 던져요.

어린이(5세/질문봇): 선생님도 엄마 아빠가 있어요? 나(2n살/대답봇): 응 있지∼ 어린이(5세/질문봇): 와아아아아∼∼ 엄마아빠 있대!!

아이들은 이렇게 사소한 일로도 세상을 배워가요. 밥 먹을 때도 마찬가지죠.

“숟가락은 이렇게 쥐어야지” “이 야채도 먹어볼래?” 식사매너를 배우고 새 음식을 먹어보는 것도 아이들에겐 새로운 공부예요.

그런 아이들을 보는 게 너무 행복해서 보육교사란 직업을 택했어요.

그런데 그거 아세요?

그런 아이가 16명일 땐 얘기가 달라져요.

아이 키워본 부모님들 잘 아실 거예요. 애 하나 보기도 얼마나 힘든지… 그렇게 호기심 넘치는 아이들 16명이 제각기 움직이면 저도 신경이 곤두서고 때론 지쳐요.

그렇게 매일 10시간씩 일해요. 초보 교사 때는 점심시간에 밥숟가락도 들지 못했어요 배고파하며 일하다 잠깐 짬 날 때 허겁지겁 점심을 때웠죠.

이렇게라도 아이들을 돌봐야 하니까 그려러니 했지만… 보통 직장인이 휴식하는 점심시간에도 쉴 틈없이 일하니 지치더라고요 *근로기준법 제 54조 1항 사용자는 근로시간이 4시간인 경우에는 30분 이상, 8시간인 경우에는 1시간 이상의 휴게시간을 근로시간 도중에 주어야 한다. (직장인들은 점심시간이 법에 따른 ‘휴게시간’)

가장 바쁘고 정신 없는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어린이집 중에는 그 시간을 ‘교사 휴식시간’으로 처리하는 곳도 있어요. 일하고도 인정을 못 받는 거죠.

저희도 쉬어야 한다는 걸 이해받지 못할 때가 사실 제일 힘들어요. 지난 4월 말에는 어린이집에서 시범으로 교사에게 한 시간 동안 정식 휴게시간을 줘봤어요. 교사실에서 잠시 한숨 돌리고 있는데…

“으아앙∼∼” 우리 반 한 아이가 울음을 터뜨린 거예요. 보조교사가 봐주고 있었는데도 저와 떨어지는 게 처음이라 낯설었던 거죠.

그 다음부터는 마음이 놓이지 않아 제대로 쉴 수 없었어요. 보육교사에게 정당한 휴게시간을 사용하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죠.

그런데 다행히 최근 보육교사 처우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생겨나고 있어요. 정부에서 어린이집 교사에게 근무 중 1시간 휴식시간을 보장해주도록 법이 개정돼 7월 1일부터 시행되거든요.

사실 휴식시간이 보장되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잠깐 머리를 식히고 나면 아이들 돌보는 능률이 오르는 걸 그때 체험했거든요.

보육교사가 근무하다 반에서 나와 쉰다고 하면 걱정하는 부모님들 많으실 거예요. 하지만 정부가 보조교사 6000명을 추가 채용하도록 어린이집에 지원할 예정이어서 안심해도 될 것 같아요. *보조교사 충원 3만 8,356명 (6월 22일 보건복지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아이를 맡겨주시는 어머님들께 꼭 말씀드리고 싶어요. 저희가 조금만 쉴 수 있으면 그래서 조금만 더 숨통이 트이면 정말 아이들을 잘 보살필 수 있어요.

아이들의 해맑은 질문에 지친 기색 없이 웃으면서 대답할 수 있기를 바라요

“선생님은 어린이집 오는 거 좋아요?” - 어린이(5세/질문봇) <이 기사는 어린이집 교사 노윤정 님 인터뷰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1인칭 뉴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