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생리대 하나만 빌려줘”
생리가 시작됐습니다.
이걸 여성들은 ‘생리가 터졌다’고 말합니다. 언제 생리를 시작할지 정확히 모르기 때문에 일종의 ‘기습 공격’입니다.
그래서 생리대가 없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런데, 바로 이때 여성들의 ‘놀라운 연대’가 드러납니다.
주변 친구에게 이렇게 물어봐요. 숨겨야 할 부끄러운 일도 아닌데 귓속말로 하게 되죠.
그러면 친구는 남자들 못 보게 책상 아래로 몰래 숨겨주거나 파우치를 통째로 건네줘요. 만약 없으면 다른 사람에게 빌려서라도 꼭 구해줘요.
그렇게 한시름 덜죠. 갑자기 생리 터지면 배도 아프지만 무엇보다 마음이 힘들거든요. 대학생 황지원 씨(23)
이건 그녀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최근 소셜미디어에 여성들의 비슷한 경험담이 쏟아졌습니다.
만만치 않은 가격이지만 여성들은 생리대를 선뜻 건넵니다. 얼마나 괴로운 지 잘 알기 때문이죠.
“아깝다고 주기 싫어하거나 찡그리는 사람은 한 번도 본 적 없어요. 하나만 있으면 불안하니까 저는 두세 개는 기본으로 줘요.” - 대학생 김소연 씨(23)
“‘빌린다’는 말을 쓰지만 주는 사람은 갚으라고 하지 않아요. 그냥 쓰라고 하죠. 다들 경험하는 일이니까.” - 대학생 노모 씨(22)
‘모르는 사람’에게도 선뜻 빌려주는 게 바로 이겁니다.
이 연대는 생리대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진통제를 항상 회사 책상에 올려 둬요. 필요한 누구에게나 줘요.” - 직장인 박은비 씨(26) “담요, 핫팩을 빌려줘요. 고맙죠. 그렇게라도 배를 감싸면 좀 낫거든요. ㅠㅠ” - 대학생 권모 씨(22)
하지만 최근 생리대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불안해진 여성들은 “제가 좋은 마음으로 빌려준 게 발암물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찝찝하네요.” - 대학생 노모 씨(22)
또 다른 연대로 상황을 이겨내고 있습니다.
한 달에 7일, 모두 40년. 여성들이 남모르게 피 흘리는 시간. 그 고통을 아는 여성들은 서로를 도울 수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