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익 왜 들여오셨어요...
1982년 1월 17일 일요일. 양복 입은 직장인 73명이 서울 삼청동 금융연수원에 모였습니다.
시험장 내에는 연필 소리만 가득합니다. 영어문제 200개를 푸느라 응시자들은 진땀을 뺍니다. 제1회 토익 시험 현장입니다.
“초기에는 직장인들이 많이 봤죠.” - 한국토익위원회 김희준 팀장 첫 토익 응시자 연령대는 지금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토익은 1982년, 기업에서 활용하는 공인 영어시험으로 한국에 들어왔습니다. 1982년부터 1993년까지 응시자의 90%가 직장인이었습니다.
기업들은 토익점수로 사원들 영어능력을 평가했습니다. 토익 점수에 따라 해외파견, 승진, 어학연수가 결정됐습니다.
860점 이상 : 전문분야 이외에 대해서도 충분한 표현 가능 730점 이상 : 당장 해외지사 근무 가능 470점 이상 : 한정된 범위에서 업무 가능 220점 이상 : 커뮤니케이션 단계에 이르지 못함
그런데, 1994년 토익 시험의 판도가 바뀝니다. 대기업이 신입사원 선발 영어시험을 토익으로 대체하기 시작했습니다.
응시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습니다. 이때부터 시험도 월 1회로 증가했습니다.
급기야는 ‘원정 시험’도 생겼습니다. 서울에서는 응시자를 모두 수용할 수 없어서 시험을 보러 대전, 대구 등으로 떠났습니다.
“아무래도 높은 토익점수라면 입사에 문제가 없으니까. 그래서 토익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 연세대 경영학과 당시 4학년 김경환 씨
그런데 2000년대에 들어서 토익은 중·고등학생까지 보는 시험이 됐습니다. 대학들은 토익 점수로 신입생을 선발하는 ‘외국어 특별전형’을 마련했고 특수목적고등학교 입시에도 토익이 사용됐습니다.
“보통 특목고 간 애들의 토익성적이 평균 900점 이상이에요. 740점 가지고는 안 되죠.” - 고등학생 현승우 군(가명·17세) SBS ‘생방송 세븐데이즈’ 2007.02.02 인터뷰
토익은 갈수록 더 많은 곳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7급 공무원 공채에서 영어 과목을 없애고 토익, 텝스 등 검정시험 성적으로 대체합니다.” - 인사혁신처 (2016.12.28)
응시자들은 한결같이 불만입니다. “정말 그렇게 회사 다니면서 영어가 필요해요?” - 한양대 법학과 당시 4학년 김다혜 씨 (SBS ‘그것이 알고싶다’ 2007.06.23) “정말 그렇게 회사 다니면서 영어가 필요해요?” - 한양대 법학과 당시 4학년 김다혜 씨 (SBS ‘그것이 알고싶다’ 2007.06.23) “한 달 토익공부에 10만 원 쓰는데요. 선배 말로는 업무에는 별로 필요 없다고…” - 대학교 3학년 서민지 씨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토익 응시료 : 44,500원 평균 응시횟수 9회 : 총 400,500원* 학원비, 교재비 포함 총지출 : 평균 1,304,000원**
토익의 유용성에 대한 의구심까지 있습니다. “토익이 업무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걸 인사담당자들은 잘 알고 있어요. ‘토익점수는 높은데 말하기는 못한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죠. ” - 한국외대 영어교육과 김해동 교수
하지만 젊은이들은 어쩔 수 없이 오늘도 토익을 공부합니다. 토익 스토리는 언제까지 계속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