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미스테리 본 사람들…
“‘토요미스테리 극장’ 1화 방송되고 월요일에 학교가 완전히 뒤집어졌어요. 너무 무섭다고요.” - 프리랜서 김모 씨(33)
“여름이면 이런 납량특집이 생각나요.” - 프리랜서 김모 씨(33) ‘납량’ 공포물을 부를 때 주로 쓰이는 말입니다.
18세기 신윤복 그림 <납량만흥> 그런데, 조선시대 ‘납량’은 좀 다릅니다. 여름철 노래 듣고 춤추며 흥에 취한 모습에 ‘납량’이라는 단어가 등장합니다.
납량이란 말은 사실 호러나 공포와는 상관이 없어요. 경성대 국어국문학과 나찬연 교수
納 들일 납 凉 서늘할 양 원래는 ‘서늘함을 들이다’라는 뜻이죠.
이렇게 더위를 쫓는다는 의미가 있다 보니, 1920년 여름이 시작되던 5월 29일 동아일보에는 이런 기사도 실렸습니다. 납∼ 량∼ 음 악 회
시민들이 더위를 잊었으면 하는 마음에 경성악단이 여름 음악회를 열었어요. 그게 납량 음악회였습니다. 이화여대 작곡과 김은하 교수
사실 의미 있는 자리였어요. 한국 사람들이 처음 생활 속에서 서양음악을 접한 자리였거든요.
‘납량’이 ‘공포’와 비슷한 뜻으로 쓰인 건 그로부터 30여 년이 지난 후입니다. - 납량 · 괴기영화 이야기 - “괴기영화 중의 쌍벽은 역시 유니봐샬 사의 명물인 「후랑켄슈타인」과 「드라큐라」이다.” - 동아일보 1960.07.18 기사
영화산업이 생기고 1950년대 이후 여름철 공포영화가 만들어지면서 ‘납량’이 ‘공포’의 의미로 널리 쓰이게 됐다고 보고 있어요. 경성대 국어국문학과 나찬연 교수
‘구미호 이야기’ 같은 무서운 이야기는 옛날부터 있었잖아요? 그땐 귀신 이야기를 ‘납량’이라고 부르진 않았을 겁니다. 안동대 민속학과 임재해 교수
그런 이야기를 하는 평민들은 양반들이나 쓰는 ‘납량’이라는 고급스러운 한자어는 잘 몰랐기 때문이죠.
그래도 여름엔 귀신이야기 하고 놀았겠네요? 사실 여름밤에는 사람들이 이야기 자체를 잘 안했어요. 밤이 긴 겨울에나 화롯불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많이 나눴죠. 안동대 민속학과 임재해 교수
목동 SBS 어느 숙직실에는 이런 소문이 돕니다. “자다 깨서 보면 한 소녀가 저 끝에 앉아 있대요.” “저도 그 얘기 들었어요...”
무서운 이야기 분양받습니다. 열대야가 심하니까 ‘납량’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