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네 동생이 무섭단다
“아빠, 나 슬프고 외로워.” 우리 아이 눈에서 닭똥 같은 눈물이 뚝뚝 떨어졌어요.
6살밖에 안 된 딸이 난데없이 외롭다고 울더니 하소연을 하는 거예요.
“아빠… 나도 친구들처럼 동생이 있었으면 좋겠어.” 그제야 딸이 왜 친구들과 헤어질 때마다 그렇게 서운한 표정이었는지 알겠더라고요.
저는 식은땀이 났죠. 그 순간, 머리를 스친 건
빠듯한 월급… 우리 아라가 태어난 뒤 아라 키우는 데만 제 월급의 절반이 들어갔거든요.
아라 태어났을 때가 떠올랐어요. 기쁨도 잠시였고 힘들어하는 아이 엄마를 남겨두고 출근할 때 마음이 너무 쓰렸거든요.
동생을 포기시키려 달래봤지만 소용없었어요.
우는 아라를 보다못해 동생 낳아주겠다고 덜컥 약속해버렸습니다. 아라는 뚝 그쳤고 아내와 저는 그날부터 잠도 잘 못 자요. - 금융사 직원 아라 아빠(39)
보건복지부가 주최한 ‘아빠육아 런치 토크타임’ 행사에서 아라 아빠가 속내를 털어놓자 다른 아빠들도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좋은 아빠 되겠다는 꿈에 부풀었던 그들. 하지만 현실은 쉽지 않았습니다. 일단 시간 내기가 어려웠습니다.
“조선시대에는 세종대왕이 궁에서 일하는 노비에게 육아휴직을 30일이나 줬다는데 오히려 지금이 더 열악한 거 아닌가요.” - 아빠 B 씨
“육아휴직을 쓴다고 하면 만년 대리로 남아있어야 한대요. 우리 업계에 그렇게 된 선배 이야기는 유명합니다.” - 아빠 C 씨 법에서 보장한 육아휴직은 다른 나라 이야기였습니다.
“아이들과 놀러 갈만한 곳은 거의 다 비싸요. 주말에 키즈카페 다녀오면 음식값까지 보통 10만 원은 깨져요. 아기만 데리고 다니면 왜 이리 비싼 건가요?” - 아빠 D 씨 사랑하는 아이와 놀러갈 때도 마음이 무겁습니다.
“저도 아이 키우는 아빠로서 절실히 공감하는 이야기입니다…. 아빠의 출산휴가, 육아휴직이 근로현장에 정착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과 기업문화개선에 힘쓰겠습니다.” - 강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운영지원팀장
우리 아빠들 꿈은 소박합니다. “인생에서 정말 소중한 게 육아더라고요. 우리 아이와의 귀한 시간을 마음껏 보낼 수 있는 세상은 언제 올까요?”
좋은 아빠가 되고 싶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