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년 만에 드러난 장면
2017년 6월 초 새벽, 서울대 인권센터 정진성 교수 연구팀 문자 메시지 방이 소란스러워졌습니다.
미국 국립문서기록청에서 ‘일본군 위안부’ 자료를 찾던 팀이 위안부 관련 영상을 발견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대화방이 난리가 났어요. ‘대박!!’ 하면서 다들 너무 기뻐했어요!” - 강성현 교수 (서울대 인권센터 정진성 교수 연구팀 자료 팀장)
연구팀은 ‘일본군 위안부’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처음 발견했습니다.
이 영상은1944년 중국에서 찍힌 영상으로 ‘일본군 위안부’ 여성 7명이 등장합니다.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에 있는 필름 수백 통을 하나씩 보고 또 본 결과입니다.
“자료가 검색한다고 나오는게 아니에요. 사전 조사를 철저히 하면서 목록을 추려 나갔죠. 일일이 확인해본다는 건 사실 무식한 방법이긴 하죠.”
18초 짜리 영상에는 ‘일본군 위안부’의 참상이 녹아 있었습니다.
“한 여성은 두려움을 떨치려는 듯 옆에 있는 여성의 팔을 붙잡고 있었어요. 한 여성은 무서움 때문인지 뒤에 숨어있기만 했고요”
73년 만에 ‘일본군 위안부’ 여성들의 영상이 세상에 나오면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습니다.
“다른 자료에 비해 영상은 엄청난 공감 능력을 주잖아요. 이 영상을 보며 국민들이 다시 한 번 돌이켜 보셨을 거라 생각해요.” 이런 성과를 얻기 까지 어려움도 많았습니다.
2014년 9월,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자료조사를 시작했고, 당시 정부는 3억 원이라는 예산도 지원해 주기로 했습니다.
“그 때의 기분은 정말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였어요. 포기하고 싶기도 했어요.” 하지만, 정부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2015년 12월28일, 한일위안부협정이 체결되면서 정부 지원은 취소됐습니다.
다행히, 서울시의 지원으로 ‘일본군 위안부’ 기록 사업은 시작할 수 있었고, 2년이 넘는 연구 결과의 첫 결실을 맺었습니다.
“18초…눈 깜박하거나 졸면 그냥 지나쳐 버릴 정도로 짧은 영상이죠. 이 영상이 빛을 보게 되어 너무 감격스럽습니다.”
“아직 갈 길이 멀었어요. 책임이라는 단어에 무게감을 느껴야 해요. 실제 위안부들을 마주하며 그 분들과 함께 아직 풀지 못한 진실을 제대로 규명해 나가야 합니다.” 연구팀은 이제 시작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아직 풀어야 할 것들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현재 진행형입니다. 기획 최재영, 김근아 인턴 / 그래픽 김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