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옳은 일하고 해고당했습니다."
지난 2011년, 기상청은 돌풍을 감지하는 ‘라이다(LIDAR)’라는 장비를 도입하려 했습니다.
“이거 문제가 있습니다. 이 장비는 성능이 너무 떨어져요.” 그런데, 당시 담당업무를 총괄하던 박진석 씨는 도입하려던 장비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도입하려던 장비의 성능이 기준치에 미달한다는 겁니다. 탐지 거리도 기준보다 짧고, 공기층을 분석하는 속도도 기준보다 느렸습니다.
도입하려던 장비는 1차, 2차 입찰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3차 입찰에서는 합격했습니다.
기준이 완화됐기 때문입니다. “탐지 거리 규격이 15km였던 걸 10km로 줄이고…. 성능을 좋은 걸로 확대하는 건 몰라도 줄이는 건 말이 안 되잖아요. 입찰 기업의 납품 실적 기준도 완화해줬어요.” - 박진석 씨 (전 기상산업진흥원 팀장)
“제가 당시에 알아본 결과, 실제 장비 가격은 50억의 3분의 1 정도에 불과했어요.” - 박진석 씨 (전 기상산업진흥원 팀장) 박 씨는 성능 미달인 장비를 50억 원이나 주고 도입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박진석 씨는 감사원과 국민권익위원회에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문제를 제기한 지 약 3개월 만에 박 씨는 해고를 통보받았습니다. 설 연휴 전날 갑작스러운 해고 통보였습니다.
장비 입찰 이후 상대 업체에게 관련 자료를 제공했다는 게 해고 이유였습니다. 또, 전 직장과 장비 업체에게 고발을 당해 재판도 받아야 했습니다.
“제가 부정한 일에 눈 감고 있었으면 편했겠죠. 그래도 그건 아니다 싶었어요. ‘인생 살면서 후회는 하지 말자’고 생각했습니다. 이건 옳은 일이었으니까요.” - 박진석 씨 (전 기상산업진흥원 팀장)
지루한 법정 공방은 5년 넘게 이어졌습니다. 2천만 원 정도의 돈도 들어갔습니다.
지난 6월, 박 씨는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입찰을 방해했다는 혐의도,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혐의도 모두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제가 기소된 걸 보고 ‘뭔가 잘못했으니 그랬겠지’라고 생각했을 지인들에게 떳떳하다는 사실이 밝혀진 게 제일 기뻐요.” - 박진석 씨 (전 기상산업진흥원 팀장)
“내부 고발자들 모임에도 가 봤어요. 내부 고발을 하니 주변에서 이상한 눈으로 보더래요. 경제적인 어려움도 크고요. 권력과 맞서는 게, 진짜 힘든 거죠.” - 박진석 씨 (전 기상산업진흥원 팀장) 박 씨에게 지난 5년은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당연한 일’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옳은 일을 했다기보다는… 공직자로서 이렇게 하는 게 정도(正道)라고 생각해요.” - 박진석 씨 (전 기상산업진흥원 팀장)
박 씨는 공직자들에게 용기를 내라고 이야기합니다. “공직자들이 제대로 마음먹고 ‘이건 아니다’라고 말하면 업체도 비리를 저지르지 못할 겁니다.” - 박진석 씨 (전 기상산업진흥원 팀장)
우리는 제2, 제3의 박진석 씨와 같은 용기 있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함께, 자리를 걸고 목숨을 건 그들을 보호할 수 있는 사회의 보호와 제도적 장치 마련이 절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