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배Chu∼♡ 머리 위에 Chu∼♡
한 여자가 양배추를 머리에 쓰고 칼질을 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왜 쓴 걸까, 물어보니…
"시원하라고. 웃길지 몰라도 나한테는 생존이에요." -김순자 양배추를 한 장 뜯어 머리에 쓰면 시원하다는 겁니다. 이유를 설명한 여자는 빵!!! 터집니다.
호방하게 웃는 김순자씨의 특기는 생활 꿀팁…이 아니라 쫄면입니다. 그녀가 만든 쫄면을 한 번 맛본 사람은 손과 입을 멈출 수 없습니다.
"건천은 잘 몰라도 '거기 쫄면 맛있는 집 있는 곳 아닌가?' 이러면서(알더라고요)…" -시민 얼마나 맛있으면, 쫄면 집은 지역 이름보다도 더 유명합니다. 평범해 보이는 쫄면인데, 그 맛이 특별한 이유. 그녀의 레시피를 보면 고개가 절로 끄덕여집니다.
무청을 비롯해 여러 재료를 직접 말려 곱게 가루로 만든 뒤 매실액에 졸여서 그 원액을 고춧가루, 간장과 섞습니다. 쌀을 발효한 액기스도 들어갑니다. 그리고 이틀 동안 발효시키면…
마치 빵이 부풀 듯 양념장 가장자리가 부풀어 오릅니다. 헉헉, 그럼 이제 겨우 양념장이 완성된 겁니다. 아직 육수는 시작도 안 했는데 말이죠!
육수는 양념장보다도 더 긴 인고의 시간을 견뎌야 합니다. 오징어를 말렸다가, 야채를 말렸다가, 오징어를 또다시 말렸다가, 고기를 삶았다가…
"칼질을 많이 하셔서 손이 좀 휘어졌어요." -박진홍/김순자씨 조카 김순자 씨는 듣기만 해도 머리 아픈 레시피를 직접 개발하고, 40년 가까이 반복해왔습니다. 그동안 얼마나 고됐을 지 그녀의 손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아줌마 웃음이 맛의 비결이예요." -시민1 "(김순자씨)별명이 스마일이거든요." -시민2 그런데도 그녀의 얼굴엔 웃음이 떠나질 않습니다.
보는 사람이 기분이 좋아질 정도입니다. 정말, 정말 많이 웃습니다.
김순자씨 특유의 호방함도 있지만, 사실 그녀가 항상 웃는 데엔 남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가게 간판에 쓰인 ‘빵’을 담당했던 남편입니다.
"빵 아저씨(남편)는 파킨슨 병이 온 지 10년 다 돼 가요. 병인지도 모르고 계속 일을 해서 나중에는 (온몸을)막 떨더라고요. 숟가락도 못 들어서 밥도 못 먹었어요." -김순자
남편 김정웅씨는 30년 전 월남전에 참전했다가 고엽제에 노출됐습니다. 전쟁의 후유증은 그가 평범한 빵집 아저씨로 살도록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쫄면 집을 운영하며 빵 만드는 것도, 밥 먹는 것도 할 수 없게 된 남편을 돌봅니다. 빈집에 남편을 홀로 두고 나올 땐 가슴이 미어집니다.
"운다고 누가 알아주나. 감추려고." -김순자 하지만, 그녀는 울지 않습니다. 웃으면서 스스로를 위로합니다.
김순자씨의 쫄면 집을 찾는 손님들은 그녀의 쫄면 맛에 한 번 웃고, 그녀의 밝은 표정에 한 번 더 웃습니다.
아무래도, 저도 이번 주말에 이 쫄면 한 그릇 꼭 먹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