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다 죽는 수가 있어
풍선을 입에 대고 있는 사진입니다. 풍선을 부는 게 아니라, 풍선 안에 있는 뭔가를 마시고 있습니다.
이 풍선이 요즘 유흥가에서 유행하고 있습니다.
“강렬하게 오는 첫 느낌은 한 20초 정도? 술 취한 것 같은 멍한 느낌이 들고 손도 저렸어요. 제 친구는 엄청 웃더라고요. 이유없이 웃겼 대요.” -29세 회사원 이 씨
최근에는 대학 축제에도 등장했습니다.
“한번 할 때는 반응이 안 와서 두개를 흡입했어요. 전 술 취한 것처럼 어지럽고 기분 나빴어요. 근데 옆에서 같이 했던 사람은 소리지르고 계속 웃고 방방 뛰어다녔어요.” -대학생 H 씨
이 풍선은 ‘해피벌룬’이라고 불립니다. 마약 풍선이라는 별명도 있습니다.
풍선 안에 들어있는 아산화질소를 마시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이유로 붙여진 이름입니다.
“아산화질소는 의료용 가스로, 수술에서 마취용으로 쓰이거나 치과에서 어린이 환자에게 진정을 목적으로 산소와 함께 사용됩니다.” - 대한마취통증의학회 관계자 아산화질소는 병원에서 마취제로 쓰입니다.
“아산화질소를 다량으로 흡입한다면 수차례 심호흡 하는 것만으로도 저산소증에 빠질 수 있습니다. 특히, 술에 취한 상태에서는 의식저하가 더 쉽게 발생하고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습니다.” - 대한마취통증의학회 관계자
실제로 2012년에 영국에 사는 17살 소년이 해피벌룬을 마신 후 심정지로 목숨을 잃기도 했습니다.
영국에서는 6년(2006년∼2012년) 동안 17명이 이 풍선으로 목숨을 잃자, 아산화질소 사용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도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누구나 쉽게 구매가 가능합니다. 뒤늦게 대책마련에 나섰지만, 구체적인 방안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환경부와 협조해 화학물질관리법으로 분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 식약처 관계자 “심각성을 인지했으며 대응방안을 모색할 계획입니다.” -환경부 관계자
“또 하고 싶지는 않아요.” 취재를 하면서 만난 해피벌룬 경험자들은 하나같이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호기심에, 유행이라고 마셔보기에 해피벌룬은 너무 위험합니다. 기획 최재영, 김근아 인턴 / 그래픽 김태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