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을 지키기 위해 만든 수십 개의 팔
폐지를 가득 실은 자전거가 험한 길을 지나다가 옆으로 쓰러집니다. 급히 내려 폐지를 정리하는 아저씨. 그런데…
어딘가 불편해 보입니다. 자세히 보니 팔이 있어야 할 자리에 갈고리가 부착된 페트병이 있습니다.
“무거운 건 목에 매달고요. 가벼운 건 의수로 찍어서 옮깁니다.” 페트병 의수와 목으로 3시간 가량 모은 폐지는 약 65kg. 그걸 팔아 4,800원을 벌었습니다.
“물 한 잔만 따라주시겠어요?” 물 한 잔 혼자 마시기도 불편한 아저씨.
온몸이 지쳤지만 옆에서 리어카를 미는 할머니를 도와준 뒤에야 고물상을 떠납니다.
12년 전, 이삿짐 나르는 일을 하던 안종원 씨. 비가 오는 날 장롱을 옮기다 전깃줄을 잘못 만져 양팔을 잃었습니다.
자신이 쓸모 없는 사람이 된 것 같아 괴로운 나날을 보내며 집에만 있었습니다. 그러다 한줄기 희망을 찾았습니다.
“의수를 끼우니까 나도 뭔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길에서 주운 페트병을 끼웠더니 아쉬운 대로 쓸모 있는 의수가 됐습니다.
종원 씨는 다양한 의수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망치 의수, 빗자루 의수, 전동드릴 의수... 수십가지 의수를 직접 만들어 혼자 자전거도 고치고 수레도 조립했습니다.
페트병만 있으면 못할 게 없었습니다. 칼을 끼운 페트병 의수로 아들이 좋아하는 햄도 구워줄 수 있게 됐습니다.
“내가 올 때까지 기다리지.” 그런데 집에 돌아와 아빠가 차린 밥상을 보는 아들 표정이 밝지만은 않습니다.
“몸이 불편하다고 해서 늘 앉아서 받기만 해야 하는 건 아니야.” 집에선 좀 쉬시라고 잔소리를 해보지만 아빠는 집안일을 놓지 않습니다.
“다른 아빠들은 다 멀쩡한데 저는 몸이 불편해서 큰 도움도 못되고 아이들한테 정말 미안해요.” 아버지는 마음 한켠으로 항상 아들에게 미안합니다.
“아빠, 이 목도리라도 해.” “아냐, 괜찮대도.” 그런 아버지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아들은 새벽 일찍 일어나 아빠를 배웅합니다.
아버지가 안타까워 차마 발걸음을 돌리지 못하는 아들. 지칠 법도 하지만 그런 아들을 위해 종원 씨는 오늘도 수레를 끌고 새벽 길에 나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