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생 백말띠 미신, 이거 실화냐?
"너도나도 90 백말띠가 부럽대요" "백말띠라는 게 자랑스럽다^^ 힘 나네ㅋㅋ" 직업도, 학교도, 취미도 아닌 '띠' 하나로 페이스북에서 뭉친 사람들이 있습니다.
"60년 만에 태어난 백말띠, 1990년생!" '구공백말띠'. 청말·적말·황말도 아닌 오직 '백말띠', 1990년에 태어난 사람들입니다.
페이스북에서 처음 만나 오프라인 모임을 몇 번 가졌는데 너무 죽이 잘 맞았습니다. 김영만 선생님을 초청한 종이접기 교실을 기획했는데 대성공이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운동회, 봉사활동, 자체 콘서트까지 열었습니다. 최근엔 숲을 조성하려는 야심 찬 프로젝트까지 기획하고 있습니다.
오로지 '백말띠'라는 공통점 하나로 뭉친 90년대생들. 그런데 이들의 별난 유대감에는 특별한 사연이 있었습니다.
백말띠의 해였던 90년도 출생 성비는 여아 100명당 남아 116.5명. 그해 성비 불균형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백말띠로 태어난 여아는 '팔자가 드세다'는 속설 탓입니다. "이 해가 유독 남아 출생 비율이 높은 이유는 백(白)말띠 해였기 때문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미신 때문에, 여아면 낙태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조선일보, 2014년 3월
무사히 태어난 뒤에도 90년생 여자아이들은 '백말띠'란 이유로 갖은 핀잔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학교 다닐 때 남자아이들보다 곧잘 해내면 '백말띠 여자애들이 기가 세서 남자애들을 이겨 먹는다' 하는 말을 들었어요." -김소연/여성, 28세
"할머니께선 '여자가 백말띠면 팔자가 드세다, 빨리 좋은 남자 만나서 시집가라' 라는 말씀을 자주 해요." -최인아/여성, 28세 어른이 된 지금도 빨리 시집 가란 잔소리에 더 시달리고 있습니다.
"제가 속한 학과는 보통 남자보다 여자가 더 많은 학과인데, 유독 우리 학번은 거꾸로 남자가 6, 여자가 4였습니다." -김주호/남성, 28세 백말띠 남자아이들도 고충이 있었습니다. 치우진 성비 탓에 여자 짝을 만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60년 만에 가장 팔자가 드세다는 속설에 시달려야 했지만 그래도 꿋꿋하게 잘 자랐습니다. 그리고 어느덧 성인이 돼 이렇게 뭉쳐서 즐겁게 놀고 있습니다.
"도대체 드센 팔자가 뭔가요? 인생이란 고비도 있고, 행복도 있잖아요. 자신만의 색깔을 가지고 다양한 활동을 하는 친구들일 뿐입니다." -최인아/여성, 28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