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좋아하다 개망함
칼과 창으로 무장한 페르시아 군인들이 엉뚱한 행동을 했습니다.
전쟁터에 ‘고양이’를 앞세우고 나타난 겁니다.
‘아니, 고양이 님을 향해 어떻게 활시위를 당깁니까;;’ 이집트인들은 공격할 수 없었습니다. 고양이는 이집트에서 숭배받는 신성한 존재였기 때문입니다.
이집트는 이런 나라였습니다. “고양이나 따오기 등 이집트에서 신성한 동물을 죽이면 사형을 당했다.” - 디오도로스 <역사 총서>
마케도니아 학자 폴리아에누스는 <전쟁술>에 당시 상황을 이렇게 기록했습니다. “캄비세스 왕은 개, 양, 고양이, 따오기 등 이집트인이 신성하다고 여기는 동물을 선두에 배치했다.” - 폴리아에누스 <전쟁술>
“이집트인은 자신이 숭배하는 동물이 다칠까봐 작전을 중단했다. 그래서 캄비세스 왕은 펠루시움을 정복할 수 있었다.” - 폴리아에누스 <전쟁술>
역사가 헤로도토스에 따르면 페르시아가 고양이를 앞세우고 이집트를 공격한 펠루시움 전투에서 이집트인 5만 명이, 페르시아인은 7천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렇게 전투에서 크게 이긴 페르시아는 200년 동안 이집트를 통치했습니다. 결국, 고양이가 두 나라의 운명을 결정지은 셈이죠.
이집트인들은 처음에는 고양이를 반려동물로 키웠습니다. 곡물창고를 노리는 쥐를 잡기 위해서이기도 했습니다.
“이집트인이 처음으로 고양이를 키운 것으로 보입니다. 이들은 야생 고양이를 길들이는 데 크게 기여했죠.” - UC데이비스 연구진 제니퍼 쿠루시마 (더 선데이 타임스, 2012.05.27)
그런 고양이가 바스테트(Bastet)라는 여신으로 그려지면서 이집트를 수호하는 신으로도 추앙받기 시작했습니다.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가 죽으면 가족들은 애도하며 눈썹을 모두 밀었다.” “불이 나면 이집트인들은 불을 끄는 것보다 고양이를 구하는 게 더 급했다.” - 헤로도토스 <역사> 이집트에서 고양이는 아주 특별한 존재가 됐습니다.
이집트인은 고양이가 세상을 떠나면 정성스럽게 미라로 만들었습니다. 죽은 고양이를 위해 곁에 우유나 쥐 미라를 두기도 했습니다.
1888년 이집트 베니 하산에서는 이런 식으로 만들어진 고양이 미라 8만 구가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고대 이집트인은 다양한 동물을 숭배했는데, 그중 고양이 미라가 압도적으로 많아요. 당시에도 고양이가 반려동물로 사랑을 많이 받았기 때문으로 추정됩니다.” - 김문환 세명대 교수
약 3천년 전에도 고양이의 매력은 치명적이었나 봅니다. 근데 나만 없어. 진짜 사람들 다 있고 나만 고양이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