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구 살면 학교도 못 가나요?
“지현아 일어나자, 학교 가야지.” 서울 강서구에 사는 이은자 씨는 발달장애가 있는 딸 지현이를 학교에 보내느라 매일 전쟁을 치릅니다.
새벽 6시부터 준비를 해도 학교에 도착하면 9시가 넘습니다. 지현이는 매일 강서구에서 구로구까지 통학해야 합니다.
지현이 집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특수학교가 있습니다. 하지만, 정원이 꽉 차서 차로 한 시간이나 떨어진 학교를 다녀야 하는 겁니다.
“장애인 학생들의 교육권을 보장해주세요.” 2012년, 보다 못한 엄마는 서울시 교육청에 찾아가 강서구에 학교를 지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장애가 있어도 누구나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2013년, 서울시 교육청은 강서구에 특수학교를 하나 더 세우기로 했습니다. 한 폐교가 부지로 선정됐습니다.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합니다.” 그런데 반대에 부딪혔습니다. 주민들은 특수학교 대신 국립 한방병원 유치를 원했습니다.
이미 강서구에는 특수학교가 있기 때문에 추가로 설립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결국 특수학교 설립 추진은 중단됐습니다.
그렇다고 그냥 포기할 수는 없었습니다. 딸이 겪고 있는 고통을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
“특수학교 설립을 더 이상 미룰 수 없었습니다.” - 서울특별시 교육청 이경호 주무관 교육청도 강서구의 상황을 고려해 서둘러 다시 특수학교 설립을 추진했습니다.
강서구에는 서울 지역 평균의 두 배 가까운 2만 8천여 명의 장애인이 살고 있습니다.
장애인 수가 더 적은 종로구에는 4곳, 강북구에는 3곳이나 있지만 강서구에는 특수학교가 단 1곳 뿐입니다.
지난해 12월, 강서구 특수학교는 교육부 심사를 통과했습니다. 2019년이면 서울 시내에 새 특수학교가 문을 엽니다. 17년 만입니다.
주민들의 반대는 여전히 거셉니다. 지금도 설립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려있습니다.
교육을 받을 권리. 이미 딸은 고3이 돼버려 새 학교를 다닐 수 없지만 엄마는 아직도 그 권리를 위해 싸우고 있습니다. 단지, 장애가 있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기획 최재영, 우탁우 인턴 / 그래픽 조상인 인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