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폐지’를 주장하는 수능 창시자
대한민국 수험생이라면 누구나 원망해봤을지도 모르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수능을 만든 사람입니다.
그 사람은 바로 고려대학교 박도순 명예교수. 그런데 수능 창시자인 그가 최근 수능 폐지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1992년까지 시행됐던 학력고사는 단편적 지식을 묻는 시험이었습니다. 이런 암기 위주의 평가방식은 사고력을 키울 수 없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그 해결책으로 나온 게 바로 대학수학능력시험이었습니다. 박도순 교수는 교육부 초청을 받아 당시 수능 초기모델을 개발해 수능의 창시자로 불립니다.
박 교수는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암기식 교육에서 해방돼 사고력을 키울 수 있을지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파격적인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수험생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언어와 수리 두 영역만 시험 보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반발이 심해 결국 언어, 수리·탐구Ⅰ, 수리 ·탐구Ⅱ, 외국어 4개 영역으로 이뤄진 수능이 1993년 처음 시행됐습니다.
수능 당일, 시험지를 받은 고3 학생들은 깜짝 놀랐습니다. 외우지 않아도 원리만 이해하면 충분히 맞힐 수 있는 문제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후 난이도와 변별력을 둘러싼 언론의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됐습니다.
박 교수는 마음이 아팠습니다. “변별력 있는 시험으로 성적을 구분해줘야 한다는 건 상위 10개 대학을 목표로 한 학생들을 위한 말 이에요. 수능은 모든 고등학생을 위한 시험이잖아요.” - 박도순 교수
결국, 수능 시험은 초기 모델과는 크게 달라졌습니다. 사소한 것까지 암기하지 않으면 맞힐 수 없는 문제가 대폭 많아졌습니다.
“결과적으로 수능은 학력고사와 크게 다르지 않게 됐어요. 수능의 취지는 그게 아니었는데...”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는 기초 학력을 시험하기 위해 출발한 수능이 결국 등수를 매기는 시험으로 변질됐다는 겁니다.
박 교수는 수능이 학생들을 불행하게 만들고 있다며 안타까워합니다. 수능 창시자는 결국 자신이 낳은 수능을 폐지하자고 주장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럴 바에 수능 없애는 게 낫죠. 경쟁을 심화시키니까 죽는 사람도 생기고 가장 중요한 학생의 자존 감이 깨져버려요. 시험은 사람을 이해하는 자료가 돼야지 판단하는 자료가 돼선 안 돼요.”
지금 이 땅에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최초로 만든 이가 말합니다. 대체 수능은 누구를 위한 것입니까.